[혁신현장을 찾아서] 서울대 개화신호전달 글로벌연구실‥식물 개화시기 등 '에피유전학' 적 연구 진행

서울대 개화신호전달 글로벌연구실(책임교수 노유선 · 사진)은 식물이 개화 시기를 적절히 조절하는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2005년 9월 설립됐다. 이는 인간에게 유용한 식량작물,사료작물,원예작물,화훼작물,에너지작물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연구실은 식물의 계절별 특성,주변 환경 요소 등 다양한 요인이 꽃피는 시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밝혀나가고 있다.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글로벌 연구실로 선정되면서 리처드 아마시노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팀과 국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연구실은 개화 조절 외에도 '염색질 구조 조절을 통한 식물 발달 조절'이라는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전시켰다. 식물의 개화 조절에는 많은 수의 염색질 조절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염색질은 모든 진핵생물에서 유전 및 생명 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와 이를 둘러싼 단백질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염색질의 구조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생리적,환경적 반응을 일으킨다. 염색체 서열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유전현상인 에피유전학(epigenetics) 분야와 맥이 닿는다.

에피유전학 연구의 진보는 식물의 병저항성,씨앗의 휴면 · 발아 등 식물 발달 영역의 조절 원리를 이해하게끔 돕는다. 분자생물학 학술지 엠보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긴 겨울의 추위를 겪은 후 꽃이 피는 겨울종 식물과 추위가 필요하지 않은 여름종 식물 간의 차이가 실제 염색질 구조조절을 둘러싼 효소들 간 경쟁관계를 통해 이루어짐이 증명됐다.

연구실 관계자는 "개화 등 다양한 식물의 발달현상을 에피유전학적 원리에 근거해 연구할 예정"이라며 "식물의 발달원리와 다양한 세포 유형의 생성 · 유지 원리를 밝혀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씨앗의 휴면,발아 등에 대한 에피유전학적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수천년 동안 휴면한 후에도 발아해 생장을 이어갈 수 있는 씨앗의 놀라운 능력을 알게 되면 생명체의 장기 휴면과 보관을 위한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