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 사우디아라비아, 외국인 노동자에 강한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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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임금 외국인의 4배…기업들 고용 꺼려 실업률 10.5%중동의 부국(富國)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높은 실업률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HSBC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 세계 국외 거주 근로자 중 가장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뒤 사우디에서 반(反)외국인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률이 10.5%에 이를 정도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임금을 받으며 요트 등 호화제품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자 국민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주요 언론과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외국인들이 소매업 등 주요 산업을 장악하면서 높은 실업률로 고전하는 사우디의 부를 빼간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리야드 지역 유력 일간 라시드알파와잔이 "외국인들이 소매업 분야를 장악한 뒤 사우디의 취업 전망을 질식시키고 있다"며 "900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우디의 고혈을 빼낸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할 정도다. 여기에 공개 시위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사우디에서 최근 200여명의 대학졸업 실업자들이 교육부 청사 앞에서 집단행동에 나설 정도로 사회 전반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점도 반외국인 정서 심화에 한몫 하고 있다.
이처럼 반외국인 정서가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로는 지난해 실업자 수가 4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8%나 늘어난 상황에서 민간 부문 취업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한다는 점이 꼽힌다. 민간 부문의 외국인 취업비자는 지난해 154만건으로 2004년 대비 2배나 늘었다.
이처럼 외국인에 대해서만 고용이 이뤄지는 것은 사우디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어렵고,임금도 외국인 근로자보다 4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FT는 "알카에다가 호시탐탐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는 사우디로선 실업 문제가 곧 안보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영역이 원하지 않는 사우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어낼 뾰족한 대책이 없어 사우디 정부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