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42% "임신·출산으로 인사 불이익"

삼성경제硏 '워킹맘 보고서'
"학부모 급식·청소 관행도 문제"
'워킹맘(working mom · 일하는 엄마)'이 직장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인 것으로 조사됐다. 워킹맘이 기업에 바라는 지원제도는 워킹맘 안식년제와 사내 육아지원시설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워킹맘 1308명 등 19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및 분석내용을 8일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 보고서'로 발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워킹맘이 직장생활에서 최대 고충으로 지적한 것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42.4%,복수응답)이었다. 10명 중 4명 이상의 워킹맘이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중요 업무에서 배제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만성적인 야근 등 과다한 업무'(32.3%),'예측 못한 야근과 회식'(29.9%),'남성 위주 조직 문화'(26.5%) 등 경직된 직장 분위기와 근무 조건을 꼽았다. 인터뷰에 응한 워킹맘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해 임신 중에도 외국출장을 여러 차례 다녀오거나,오후 늦게 갑자기 업무 지시가 내려와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느라 쩔쩔맸던 경험을 털어놨다.

육아휴직처럼 법으로 모성보호 제도가 보장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모성보호제도가 잘 운용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상사의 눈치'(44.1%)가 가장 많았고 '인사상 불이익 우려'(37.5%),'회사의 의지와 독려 부족'(27.2%) 등이 뒤를 이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려면 '급식이나 청소 등 학교가 학부모의 노동력을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응답이 46.3%로 가장 많았다.

워킹맘에게 가장 필요한 기업의 지원제도를 묻는 질문엔 '워킹맘 안식년제'(43.1%)와 '사내 육아지원시설'(41.7%)을 많이 꼽았다. 또 '단축근무 등 변형근로제'(35.3%),'근무 문화 및 회식문화 개선'(34.3%),'관리자 교육'(30.9%) 등의 응답도 많았다.

연구소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든 한국의 현실 때문에 육아 부담이 큰 30대 초반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1.5%를 크게 밑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30대 여성 취업자의 경우 경력단절이 있는 경우 연간 소득이 77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단절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면 소득이 74%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토록 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기준 1만9830달러에서 2796달러가 늘어난 2만2626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