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약품 "백신 이어 의료기기 사업 진출"

'홀로서기' 5년 김영진 회장

독자경영 후 한때 성장정체
당뇨병 약으로 재도약 발판
백신부문이 새 캐시카우 될 것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백신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얼마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54 · 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는 세계 3대 백신회사인 사노피-파스퇴르의 소아 및 성인 백신 전 제품의 판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백신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백신 분야에서 추가 매출이 일어나 올 매출이 전년(2934억원) 대비 16% 늘어난 34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종합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의료기기 사업과 건강식품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 제약사 인수 · 합병(M&A)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합작사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순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1호 합작 제약사인 한독약품에 합작관계는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선진 제약기술 도입과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판권 확보 등은 장점이지만,합작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자체 신약 개발에 체중을 싣지 못했던 점 등은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김 회장은 "2006년 부친인 김신권 명예회장에 이어 경영을 총괄하면서 '홀로서기'를 통해 회사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제휴선 확대와 내부 개혁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홀로서기'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한독약품의 합작 파트너는 1956년 독일계 '훽스트'에서 '아벤티스',2005년에는 적대적 M&A로 사노피-아벤티스로 바뀌었다. 1984년 회사경영에 합류(경영조정실 부장)했던 김 회장은 2006년 사노피-아벤티스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신약 공급을 중단하자 곧바로 '독자경영'을 선언했다. 현재 사노피-아벤티스가 51%,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6%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나 사노피 측은 경영무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독자경영에 나선 후 한때 제약업계 5위권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성장 정체를 겪기도 했지만 꾸준히 연구 · 개발(R&D) 능력을 키우면서 내실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합작사의 신약 공급 중단에도 불구,매출 공백을 메운 일등공신은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M'이다.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합작사가 용도폐기하려던 것을 한독약품 중앙연구소가 재개발해 히트상품으로 변모시켰다. 한독약품이 제형특허를 갖고 있는 이 약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5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현재 40여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 회장은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지만 현재로선 외부에서 신약기술을 아웃소싱하는 개방형 R&D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독약품은 미국 한국 등 바이오벤처들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대표 2세 경영인으로 꼽히는 김 회장은 일련의 제약정책에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정부가 바이오제약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한편으로는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약가 인하에 '올인'하다보니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며 "기존 약가 인하는 어쩔 수 없다지만 신약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