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내분] 재일교포와 신한금융, 1982년 은행 설립작업 주도

지분 17%ㆍ이사회 3분의 1 차지
응집력 강해 현안에 한목소리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이백순 신한은행장 등이 9일 일본까지 찾아간 것은 신한금융 내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이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50년대 일본에서 신용조합 등을 운영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각종 규제가 생기며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자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재일교포들은 1973년 교민은행 설립 추진위원회와 1974년 재일 한국인 모국투자기업연합회를 차례로 발족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7년 사단법인 재일 한국인 본국투자협회를 설립하게 된다. 본국투자협회는 1977년 7월 자본금 5억원으로 제일투자금융이라는 단기금융회사를 세웠다. 1981년 한국 정부로부터 은행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1982년 신한은행을 창립하게 된다. 당시 창립을 이끌었던 사람이 이희건 명예회장이다. 라 회장과 신 사장도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5000명 정도이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약 17%다. 이사회 구성원 12명 중 4명이 재일교포 주주다. 지분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파괴력이 다른 어느 주주보다 크다. 신한금융의 설립자인 만큼 애정도 깊다. 경영진도 이들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 살고 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중 도쿄에 2명이,오사카와 나고야에 1명씩이 거주한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해당 지역 교포 주주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신한금융 경영진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4명의 주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사회 구성원 3분의 1이 단일한 주장을 펴기 때문에 이사회 내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매년 3월 말 서울의 호텔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을 초청해 '신한 퍼스트 구락부(first club) 회원의 밤'을 연다. 퍼스트 구락부는 신한은행 창립 멤버인 재일교포 주주들의 모임 이름이다. 이 행사에는 창립 멤버인 재일교포 주주 1세대뿐만 아니라 2,3세대들까지 대를 이어 참석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