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금리동결…채권시장 '혼란'

금통위, 年 2.25% 유지…시장 "한은 못 믿겠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 금리정책 결정회의를 열어 연 2.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을 거듭 언급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금리 동결 소식이 알려지자 채권금리는 폭락(채권가격 폭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0.26%포인트 급락했다. 5년 만기는 0.20%포인트 내렸고 1년 만기도 0.17%포인트 떨어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처럼 그간 얘기해오다 뒤집어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들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 여러 상황을 종합 고려해 이번 달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미국 등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올린 뒤 두 달 연속 동결했다. 김 총재는 하지만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리 정상화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경기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변한 것은 없으며 이 때문에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3.2%를 수정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유지했다. 김 총재는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떨어질 수 있으나 회복 기조는 지속될 것이며 더블 딥(경기 상승 후 재차 하강)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에는 '한은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 관계자는 "김 총재는 그간 우리 경제가 좋으며,물가가 우려스럽다고 말해 왔는데 정작 정책금리를 동결했다"며 "누구도 한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채권금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이 커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0.14%포인트 하락했고 오후 장 들어 한때 0.3%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시장 동향과 관련,"이날 채권금리가 급락한 것은 시장의 과민 반응과 일부 투자기관의 손절매가 겹쳐 나타난 결과"라며 "조만간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