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니금선물 시장에 거는 기대

지난 10여년간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코스피200 옵션시장은 거래 규모로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위 내에 드는 상품을 5개(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주식선물,통화선물,국채선물)나 보유 중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우리 파생상품시장에 대해 자본시장 선진국들도 부러워할 정도다.

현재 KRX 파생상품시장에 상장된 15개 품목 중 일반상품 기반의 품목으로 금선물과 돈육선물이 있다. 아쉬운 대목은 이들의 거래가 현물 취급업자의 참여 부족 등으로 부진해 실물 리스크관리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KRX는 금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오는 13일 미니금선물 시장을 상장한다. 1999년 개설된 금선물 시장은 금값 상승 등의 여파로 최소 거래단위가 약 4000만원대까지 높아진 데다 실물 인수 · 도에 따른 불편으로 거래 규모가 미미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미니금선물 시장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우선 거래단위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시장에 처음 참여할 때 적용받는 기본예탁금도 3분의 1 수준인 500만원으로 인하했다.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금현물시세를 실시간으로 투자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초기 거래 활성화를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제도를 실효성 있게 바꿨다. 앞으로 미니금선물이 투자자에게는 거래하기 편한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금 도 · 소매업체 등 실물업자에게는 금값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위험관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금선물거래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잘 정비된 기초 현물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선물 · 옵션의 성장도 제대로 운영되는 데다 유동성 좋은 주식 현물시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에서 전체 금 유통량의 약 70%는 밀수나 무자료 거래 등 음성적인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정부는 2012년 1월 KRX 내에 금현물시장을 개설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거래소 시장을 통한 금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면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조직화된 유통시장인 금 거래소가 개설되면 그동안 공급자에서 소비자까지 3~4단계를 거쳤던 다층구조가 거래소 중심으로 단순화되는 등 유통구조가 대폭 개선될 것이다. 기초자산인 금에 연계해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선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도 착실히 다져질 것이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이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원자재 등 일반상품 기반의 파생상품시장을 국제적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등 국가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때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국제적 위상이 아시아의 글로벌 허브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투자자 등 시장참여자들이 적극 지원하고 관심 갖기를 기대한다.

진수형 <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