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IT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증시

미국 헤지펀드들은 최근 유가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2차 경기부양책도 디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디플레가 진행되더라도 최악의 국면은 정부가 어떻게든 막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했다.

미국 정부는 취약해진 재정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세금을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래적인 통화정책 이외의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채권을 사는 전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도 사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실물경제에서는 "해도 안 된다"는 실망감이 생겨나고 있지만 문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에 버블이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문제의 핵심인 부동산 가격에 버블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주식 값에 먼저 버블이 생기는 양상이다. 그 결과 증시의 방향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

업종 측면에서도 정보기술(IT) 자동차가 주도주로 귀환할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투자의 방향을 바꾸면서 IT 주가가 반짝 떴지만 IT 경쟁력의 핵심은 하드웨어보다는 솔루션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옮아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서 나타났고,곧 도래할 스마트TV에서도 경험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상대적인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미약해진 신차 효과도 해외에서는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에 대한 의심이 든다. 자동차를 7~8년 만에 교체한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구매력이 떨어진 선진국에선 내용연수인 10~15년 동안 타는 분위기다. 중국에선 내륙으로 시장을 넓혀야 하는데 도로 확충이 필요해 판매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방향성도,주도주도 없는 시장에서 순환매만 돌 때는 신뢰할 수 있는 테마에 집중해야 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인 입국자를 볼 때 화장품 면세점 여행업 항공업 등에 관심이 간다. 달러당 환율을 75엔까지로 보는 견해도 늘고 있어 엔고수혜주,특히 2차전지 및 화학소재 업종도 좋아 보인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