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정밀화학ㆍOCI '주전 선수' 확 바꿨다

유화업계 주력사업 리모델링

삼성, 요소 생산 절반 줄이고 프린터 토너·BTP 설비 증설
OCI, 폴리실리콘 부문에 집중…인산칼슘 등 舊주력사업 철수
삼성정밀화학은 작년 하반기 이후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요소의 생산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이 공장에 설치된 2개 라인의 생산 능력은 연간 34만t이지만 1개 라인씩 번갈아 돌리는 방식으로 18만~20만t의 제품만 뽑아내고 있다.

공업용 염료와 농업 비료 등에 쓰이는 요소는 이 회사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업 수익성이 악화,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주력 사업 재정비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과 중동 지역 업체들의 증산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담당할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것.

◆신사업 설비 증설 주력

삼성정밀화학은 요소 생산을 줄이는 대신 프린터 토너와 전자재료인 바륨티타늄파우더(BTP) 등 신사업 생산설비 증설에 나섰다. 지난 5월 첫 가동을 시작한 프린터 토너 공장의 생산규모를 현재 500t에서 3000t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이후 증설이 마무리되면 토너 부문의 매출 규모가 현재 15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휴대폰 등 디지털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다적층 세라믹콘덴서(MLCC)의 핵심 원료인 BTP의 생산 규모를 연간 1400t에서 2400t으로 늘리는 증설 작업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화업체들이 전자재료와 태양광 관련 소재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신소재 부문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사업 정리로 도약 발판 마련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한계사업 정리를 통해 잠재 성장동력을 확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 이 회사는 4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연말 완공하는 신규 제3공장(연간 1만t)과 내년 10월 증설 작업이 끝나는 1,2공장의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모두 합치면 연간 3만5000t에 달한다. 현재 세계 1위 업체인 헴록과 동일한 생산 규모다. OCI는 폴리실리콘 사업에 나서면서 합성소다회,인산칼슘 등 기존 핵심 사업에서 철수했다.

도레이첨단소재도 모태 사업인 폴리에스터 원사 사업을 축소하고 정보기술(IT) 필름,액정표시장치(LCD) 소재 등 전자소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05년 이후 전자소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전체 매출(작년 기준)에서 원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안팎에서 10%까지 떨어졌다. ◆신제품 생산 위해 기존 생산라인 개조

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범용 제품의 생산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LG화학은 충남 대산공장에 있는 기존 범용 폴리에틸렌(PE) 생산시설을 개조,연간 7만t 규모의 고부가 합성수지 엘라스토머 양산체제를 갖췄다.

2008년 8월 독자기술로 개발한 엘라스토머는 고무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범퍼용 충격보강제와 신발 바닥 등 탄력이 필요한 제품에 사용된다. 올 연말까지 생산량을 9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공급과잉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생산라인을 품질이 한 단계 높아진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라인으로 바꿔 연간 70억원 이상의 수익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 등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주력 사업 대신 신사업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