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00 돌파] 증시 '魔의 박스권' 탈출…자동차ㆍ화학株 2년 새 2~3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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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증시 지형도길고도 험한 여정이었다. 코스피지수 1800선을 되찾는 데 2년3개월이 걸렸다. 지수는 작년 7월부터 단 2개월 만에 1500에서 1700까지 수직 상승했지만 그로부터 '1800 고지'를 밟기까지 1년이 걸렸다.
실적 호조·외국인 매수 힘입어 기아차·LG화학 등 상승 주도
IT株는 삼성전자만 체면치레, 철강·조선·은행株는 뒷걸음
지수가 27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는 동안 국내 증시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장중 900선이 무너졌고,"500까지 떨어진다"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한마디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다행히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재개돼 작년 3월부터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같은 1800선이어도 업종별 주가는 27개월 전과 비교해 천차만별이다. 자동차 화학 등은 주가가 2~3배 급등한 반면 정보기술(IT) 철강 조선 은행 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똑같은 1800,확 바뀐 주도주
10일 종가(1802.58)와 직전 1800선이었던 2008년 6월9일(1808.96) 종목별 주가를 비교하면 업종 간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연 돋보이는 업종은 자동차와 화학이다. 현대차는 이 기간 8만800원에서 14만8000원으로 83.16%,기아차는 1만1750원에서 3만3600원으로 185.96% 각각 급등했다. 지난해 8월 말 현대차가 처음 10만원을 넘었을 때 "10만원 이상은 명백한 과대평가"라던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자동차 부품주의 상승폭은 더 놀랍다. 현대모비스는 이 기간 166.63% 올랐고,평화정공은 279.49% 폭등했다. 넥센타이어의 상승률도 123.80%에 달한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초강세로 일본 경쟁업체들이 주춤해 자동차 관련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학주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LG화학은 이 기간 시가총액이 7조7870억원에서 23조6537억원(LG하우시스와 합계)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한화케미칼(124.15%) 호남석유화학(117.47%) 등도 주가 상승률이 최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IT주는 삼성전자만 11.66%로 체면치레를 했고 하이닉스(-34.34%) LG전자(-27.73%) LG디스플레이(-12.76%) 등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IT주는 올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탔지만 3분기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 밖에 포스코(-15.07%) 현대중공업(-22.67%) 등도 예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직후 초기 반등국면에선 업종 대표주들이 '승자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고루 올랐지만 올해부터 차별화가 뚜렷하다"며 "2차전지 태양광 등 성장동력이 확실한 업종의 우량주들이 랠리의 선두에 섰다"고 분석했다.
◆수급과 펀더멘털은 지금이 나아
증시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진 점이 많다. 우선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이 2008년 초부터 6월9일까지 13조8000억원 순매도했지만 올해는 약 9조원 순매수 중이다. 수급의 핵인 외국인이 최근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어 펀드 환매에 따른 물량부담에도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평가다. 기업 이익도 2008년엔 전년 대비 18% 감소했지만 올해는 7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변수로는 2008년 당시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진행 중이었지만 지금은 유럽국가의 재정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국제유가가 2008년 6월 초강세 국면이었으나 최근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반면 국내 경기선행지수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개월 이상 하락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은 2008년과 비슷한 여건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