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이후 빈곤층 급증"

[한경닷컴]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오는 1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의 ‘2009년도 인구조사 통계발표’를 앞두고 인구통계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인용,2008년 13.2%였던 미국 내 빈곤층 비율이 2009년 14.7%∼15%까지 급등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12일 보도했다.이번 조사 결과가 맞다면 미국의 빈곤층 비율은 빈곤층 인구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9년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1979년 11.7%에서 1980년 13%로 늘어난 것이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미국은 2008년 기준 4인 가족의 연소득이 2만2025달러(약 2566만원) 이하일 경우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다.AP통신은 “지난해 전체 미국인의 약 7분의 1인 4500여만명이 빈곤 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했다.

어린이들의 빈곤율은 현재의 19%에서 최소한 20% 이상으로 뛸 것으로 전망됐다.또 실업률이 높은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의 빈곤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도시와 농촌 지역 간에는 도시 지역 빈곤층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이들 빈곤층은 살 집까지 잃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장기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노숙자 쉼터에 기거하는 가구(성인 1명,자녀 1명이상 가구)가 2007년 13만1000 가구에서 2009년 17만 가구로 늘어났다.뉴욕타임스는 “전국 통계가 나오지 않아 이런 사례들이 예외적인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을 잃는 가족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9% 이상의 높은 실업률이 빈곤층을 늘리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인구학자에 따르면 2009년 노동 연령층(18∼64세) 인구의 빈곤율은 2008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12.4%까지 높아질 전망이다.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며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로렌스 M 미드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빈곤층이 늘어난 것보다 일자리가 없어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빈곤층 증가는 중간선거를 불과 7주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더글라스 베스하로프 메릴랜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세력인 흑인과 히스패닉계에서 빈곤층이 늘어날 경우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