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만장자, 세금 더 부담해야 할듯

[한경닷컴] 미국 야당인 공화당이 부유층 감세 연장안을 포기하겠다고 내비쳤다.중산층을 위한 감세 연장과 함께 부유층에도 연장 혜택을 줘야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절충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는 12일 CBS방송에 출연해 “중산층을 위해서만 연장해야 하는 게 유일한 선택이라면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그는 “부유층 감세 연장안과 중산층 감세 연장안이 일괄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양보할 수 있다고 굽힌 셈이다.공화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부유층은 보수적이어서 어차피 공화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대신 타협의 자세를 보여 폭넓은 무당파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는 “일단 절충해 준 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다시 부유층 감세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1년 연소득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 미만 중산층과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를 단행했다.2003년에는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에 대해서도 감세했다.두 가지 감세 정책은 올 연말 종료된다.버락 오바마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전 국민의 2%에 불과한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계속 깎아주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중산층 감세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주고 부유층 증세로는 중산층과 중소기업 지원용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현행 세율은 33∼36% 구간이나 감세를 연장하지 않으면 35∼39.6% 구간으로 원위치한다.이에 따라 미 정부는 앞으로 10년 간 6780억달러 가량의 세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중산층 감세까지 연장하지 않으면 같은 기간 동안 2조∼3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그럼 부유층은 내년부터 얼마 만큼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할까.블룸버그통신은 부부 합산해서 연간 100만달러(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 각각 5만달러 포함)를 벌어들이는 뉴욕 거주 부자의 경우 5만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한다고 전했다.소득세가 현행 35%에서 39.6%로 인상되고 자본이득세가 15%에서 20%,배당소득세가 15%에서 최고 39.6%까지 오르기 때문에 BMW 오픈카(Z4 로드스터) 한대 값을 더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