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엔에프테크놀로지, 직원 7명 한국알콜 부설연구소서…모기업 버금가는 전자소재 기업으로

LCD색 결정하는 소재 개발로
올 매출 1200억 초고속 성장
석·박사 인력 줄서서 대기 중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알콜 지용석 대표(46 · 사진)는 "자회사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성장 속도를 볼 때마다 대표인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2000년 한국알콜 부설연구소로 출발한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연평균 25% 이상 급성장하며 사업 경력 28년의 모기업(2009년 매출 1400억원)에 버금가는 중견기업(지난해 매출 950억원대)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주가도 한국알콜보다 배 이상 높은 1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지창수 한국알콜 회장(75)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만든 벤처기업이다. 초산에틸과 소주의 원료인 정제주정 등을 생산하는 한국알콜이 성장 한계에 부딪쳤다고 판단,당시 수입 의존도가 100%인 전자재료 정밀화학소재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은 것. 2007년 창업주인 지 회장의 뒤를 이어 지용석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사업이 성장궤도에 올랐다. 지 대표는 부설연구소 출범 당시 7명에 불과한 연구소 인력을 32명으로 늘리며 LCD의 색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당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컬러 페이스트 국산화에 승부수를 띄웠다. 잘 만들어도 대기업이 써주지 않는다면 투자가 '도루묵'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 임직원이 품질에 사활을 걸고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8년 컬러 페이스트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LG디스플레이 라인 테스트에서 'OK' 사인이 나면서 초고속 성장에 돛을 달았다.

지난해 75억원이던 이 부문 매출이 올해 187억원으로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 측은 국내 시장 규모만 3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컬러 페이스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라인 증설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올해 회사 전체 매출도 컬러 페이스트 덕분에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127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 대표는 연구인력 확보에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은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5년 전만 해도 지방에서 석 · 박사 연구인력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 등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전체 직원 157명의 25%를 석 · 박사 출신 우수 인력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엔에프테크놀로지 CEO도 함께 맡은 지 대표는 시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내년 3월 완공 목표로 프로세스케미컬 공장을 짓고 있다. 그는 또 일본 모리타사와 반도체 공정에서 실리콘을 녹이는 식각액 생산을 위해 합작법인 팸테크놀로지도 설립했다.

지 대표는 "내년 초까지 공장 신설 및 해외 진출,연구 · 개발(R&D) 등에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2년 매출 5000억원의 글로벌 전자재료 소재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알콜과 합쳐 매출 1조원의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감춰진 꿈도 공개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