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 기술까지…中企의 진화

技保, 10억 이상 기술 크게 늘어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이피티씨의 김남헌 사장은 2000년대 중반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식각 장비를 연구하다가 새로운 기술 방식을 착안했다. 당시까지 플라즈마 식각 장비는 CCP와 ICP 방식 두 가지밖에 없었다. CCP 방식은 전극 두 개로 전기장을 일으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기술로 공정이 균일하지만 반응 속도가 느린 게 문제였다. 챔버에 코일을 감아 자기장을 통해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ICP는 반대로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공정이 균일하지 못했다. 김 사장은 전극에 코일을 감아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방식을 시도했고 실험은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ACP 방식 장비는 반응 속도와 공정 균일성을 동시에 만족시켰고 이후 하이닉스 등에 납품됐다. 그는 2007년 기술보증기금(기보)에 가치평가를 의뢰한 결과 102억원짜리 기술이라는 답을 얻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국내 기술가치 평가기관으로부터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가치가 매겨진 기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가치 주평가기관인 기보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평가받은 중소기업 기술 중 200여개가 1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기보의 평가가 본격화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회사는 에이피티씨다. 양지인슈텍도 층간 소음을 방지해주는 구조체를 개발해 88억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 번째는 디스플레이 업체인 비아트론.'교반자석인가에 의한 비정질실리콘막의 저온결정화장치'로 초박막트랜지스터(TFT)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술이다. 거성이엔지의 골프클럽 자동세척 장비와 벤토피아의 아파트용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디엔이이소프트의 인터넷 광고요금 산정시스템 등도 30억~60억원대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공인받았다.

이들 기술이 고평가받은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창출력과 독창성이다. 10억원 이상 기술은 대부분 세계 최초거나 국내 최초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회사는 영창토건으로 강판을 활용한 흙막이 패드를 개발해 28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