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계절예보' 능력 확충 시급하다

철따라 지역별 기후변동성 커져
국가간 체계적 공동연구 나서야
올해도 세계 각국이 기상이변과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러시아의 열파(熱波)와 파키스탄의 홍수는 대류권 상층기류의 비정상적 흐름이 그 원인이라 믿고 있다. 기상청은 금년 8월1일부터 9월12일까지 남한의 강수일이 관측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남한의 8월 강수량은 7월의 강수량을 넘어섰다. 이는 흔히 예전의 장마기간 동안에 비가 가장 많이 왔던 여름 강수의 기후 패턴이 바뀐 것이며,여름 강수가 가을철로 연장돼 늘어난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원인으로 서태평양 아열대고기압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층 기상패턴의 변화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면,그에 따라 우리의 일상 및 경제 산업 활동도 변해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자연변동과 인위적 요인이 그것이다. 대부분 기후학자들은 지난 세기 말부터 크게 주목을 받은 지구온난화는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의한 인위적 요인이라 믿고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도 그렇게 발표했고,그런 활동 결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대기 온도가 오르면 대기는 상승한 온도만큼 수증기를 더 많이 수용할 수 있고,따라서 더 많은 강수로 이어지거나 또는 강수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문제는 요즘의 기후변화,즉 지구온난화가 자연변동적인 기후변화와 어떻게 연계해 미래기후를 결정하게 될 것인지와 관련, 기후 관측 기간이 너무 짧고,결정 인자(因子)들이 많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경우 만일 지구온난화로 서태평양 아열대고기압이 더욱 발달해 한반도를 덮으면 강수량이 크게 줄어 들 수도 있다.

기후전망과 관련해 무엇보다 급한 것은 계절예보 능력 확보이다. 지구온도 상승으로 발생할 미래 30~50년 후의 기후전망도 중요하지만,계절예보의 시급함에 주목해야 한다. 계절예보는 다가올 다음 계절 또는 6개월 후의 기후를 전망하는 예보기술이다. 각국 정부와 기상학자들은 역학 기후모형의 예측성을 높여 계절예보를 향상시키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예측은 전 지구촌의 문제였으나,이제는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역 및 국지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대한 예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금년과 같은 여름철 기상이변이 동아시아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내년에도 또 올 것인지,지속할 것인지 등 지역 기후예측 문제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도가 높은 지역기후모형이나 통계적 기법을 지구기후모형과 연계, 정밀한 지역기후 자료 생산기술을 개발해 계절예보의 생산을 서둘러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계절예보 자료를 잘 활용하면 국가,산업,기업의 경제에서 엄청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수자원 관리가 그 좋은 예이다. 기상 및 기후 예측기술 개발은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전문 인력 양성,시간,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야말로 글로벌 협력과 공동 개발에 의해 성취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기상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상예측기술의 발전 경향을 더듬어 보면 계절예보의 발전도 상당히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간 전문 인력과 공동연구를 집중시키는 체계적 정책이 절실하다. 여름 몬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동아시아 지역의 계절예보를 연구,생산하기 위해 각국이 지역기후예측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이 세운 기후센터가 우리나라 부산에 있다.

이동규 < 서울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