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은행 자본확충 불가피할 듯

확정된 바젤Ⅲ 협약

보통주자본 최소비율 7.0%…'완충자본'도 2.5% 더 쌓아야
회사채 유동성 따질 때 불리…국채 쏠림 가속화 될 듯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새로운 은행 자본 및 유동성 기준(바젤Ⅲ)을 확정함에 따라 국내 일부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대신 안정성이 높은 국채를 편입하는 등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도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보통주자본이 핵심바젤Ⅲ의 자본 규제에서 키 포인트는 '보통주자본'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위기가 닥쳤을 때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은행들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이나 후순위채 등을 통해 자본을 키워 왔다. 이에 대해 각국 금융당국과 BCBS는 '눈속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보통주와 이익잉여금 등으로만 구성된 '보통주자본'을 충분히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바젤Ⅲ의 결론이다.

BCBS는 보통주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보통주자본비율'을 2015년까지 4.5% 이상으로 맞추도록 했다. 현재는 2.0%만 넘으면 된다. 다만 보통주자본비율은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기로 했다. 2013년 3.5%,2014년 4.0%,2015년 4.5% 등이다.

또 보통주자본으로만 구성된 '손실보전 완충자본'을 2019년까지 2.5% 더 쌓도록 했다. 결국 위험자산 대비 보통주자본의 최소 의무비율은 2015년엔 4.5%,2019년엔 7.0%로 높아진다. 국내은행의 기본자본(Tier1) 비율은 6월 말 기준 11.33%다. 여기에서 우선주와 신종자본증권을 차감한 것이 보통주자본으로 이번에 기준이 강화돼도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의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6월 말 기준 기본자본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은행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이익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증자를 하거나 위험자산을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6월 말 기본자본비율은 수협이 7.41%로 가장 낮고 기업은행(8.78%),광주은행(8.93%),경남은행(9.67%),전북은행(9.78%) 등도 10%를 밑돈다.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10.73%)과 우리은행(10.93%)이 평균을 밑돌고 있다.

◆국채 편입 가속화 전망

바젤Ⅲ는 유동성규제비율을 도입한 것이 바젤Ⅱ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단기 유동성 비율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중장기 유동성 비율로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각각 마련했다. LCR은 2015년부터,NSFR은 2018년부터 시행된다. LCR은 유동성 위기가 닥쳐 한 달 내 빠져나갈 수 있는 돈 이상으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제다. 고유동성자산이란 현금,중앙은행 예치금,국채 등을 말한다. AA-등급 이상 회사채는 40%가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된다. 예컨대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100억원을 은행이 갖고 있다면 40억원만 고유동성자산으로 간주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LCR은 국내 은행들이 기준인 100%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 입장에선 회사채를 줄이고 국채를 늘릴 필요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회사채를 적극 편입하지 못하고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따라 위험자산인 대출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과거에 비해 다소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BCBS는 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레버리지비율을 3%로 정해 2018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총자산을 자본의 33.3배 이상으로 늘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총자산으로 잡히는데 향후 은행들이 한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 BIS 자기자본비율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하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도입 시기와 내용에 따라 바젤Ⅰ,바젤Ⅱ,바젤Ⅲ로 불린다. 1988년에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8% 이상'으로 정한 바젤Ⅰ이 만들어졌다. 2004년엔 '차주의 신용등급에 따라 신용위험을 차등화'한 바젤Ⅱ가 나왔다. 이때 비율은 바젤Ⅰ과 마찬가지로 8% 이상이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가 터지자 2년가량 논의 과정을 거쳐 '보통주자본을 위험자산의 7% 이상'으로 정한 바젤Ⅲ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