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직원 90%가 스마트 워크 선택…모바일 접목해 근무형태 세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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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마트 워크' 롤모델 BT그룹 래리 스톤 대표"일하는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스마트 워크가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에 큰 이익을 안겨 줄 겁니다. 개인의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교통 혼잡 등을 줄여 환경 보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스마트 워크를 정착시킨 브리티시텔레콤(BT)의 래리 스톤 대표는 "스마트 워크가 머잖아 세계적인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BT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기업으로,한국을 비롯한 세계 170여개국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스마트 워크를 시작,생산성을 31% 높이고 고객만족도 8%,직원 만족도는 14%가 향상됐다. BT는 이 밖에도 각종 시설이나 부동산 비용 절감,연 150만건 이상의 출장 감소 등으로 1조원 이상의 비용 절감효과를 거뒀다. BT 아시아 · 태평양지역 본부가 있는 홍콩에서 스톤 대표를 만나 스마트 워크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어떤 계기로 스마트 워크를 시작했습니까.
"사무실용 부동산 같은 비용과 출 · 퇴근 및 출장 등에 쏟아붓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10여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바일이나 브로드밴드 등 IT가 진화하면서 스마트 워크도 가속화됐습니다. 지금은 BT 직원 10만5000여명 중 9만2000명이 스마트 워크를 선택했고,이 중 1만4700여명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고,지금도 각종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 워크가 감원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 의심하는 노조의 반발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 워크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조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또 불안해 하는 직원들과도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이해시켰습니다. "
▼요즘 노조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스마트 워크를 강제 조항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노조원 중 상당수가 스스로 스마트 워크를 선택했고,월급 삭감이나 개인 평가 절하 등의 불이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은 직원들이 더 좋아합니다. 특히 스마트 워크는 임신부나 나이든 직원,장애가 있는 회사원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죠.그러다 보니 회사와 개인,노조 모두에 사랑받는 제도로 정착해 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노조는 대체로 강성인데 BT 노조는 1989년 이래 한번도 파업이 없었습니다. "
▼재택근무자 선정 기준은 뭡니까.
"재택근무에 대한 특별한 제한 사항은 없습니다. 굳이 선정 기준을 말한다면 해당 직원의 역할이나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보안이나 건강,안전도 고려 사항입니다. "▼재택근무 외에 어떤 근무 형태가 있습니까.
"1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만 자택에서 근무하는 부분 재택근무,회사에서 지정 좌석 없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며 일하기,고객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모바일 원격 근무,업무량에 따라 풀타임 · 파트타임 · 연간 계획근무제로 조정하는 플렉서블 워킹,잡 셰어링,자녀의 방학기간에는 근무하지 않는 학기별 근무제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재택근무 직원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까.
"사무용품과 통신장비,보안시스템,의사소통을 위한 오디오 · 비디오 장비 등을 갖춰주고 사무용 소모품이나 통신 · 전기 · 가스 요금도 회사가 지불합니다. 근무 가이드라인이나 IT 기기 사용에 관한 규정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스마트 워크를 운영하면서 느낀 문제점도 있을 텐데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디오 ·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 팀원 간 의사소통을 넓히고 있습니다. 회사에 이슈가 있을 때는 커뮤니티에 참여,서로간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의 건강이나 안전을 체크할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
▼당신도 스마트 워크를 합니까.
"나는 런던과 브뤼셀을 오가며 근무하는데,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많아 재택근무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2주에 한번씩 집에서 근무하며 여러가지 업무를 정리하곤 하는데,아내가 집에 오래 있는다고 싫어합니다(웃음)."
▼스마트 워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사무실 칸막이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입니다. 대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활발해지면서 스마트 워크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친숙한 신세대들이 앞으로 스마트 워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스마트 워크를 추진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해주시죠."공기업이나 대기업이 만약 스마트 워크를 추진한다면 의도적으로 임원 몇 사람의 사무실을 없애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마트 워크 문화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 워크가 모든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비즈니스 성격이나 여건에 따라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홍콩=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