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로 불황 파고 넘는다] 삼성물산‥상반기 수주액 4조원 넘어…작년보다 4배 성장 목표 '거뜬'


올해 해외 수주목표 82억달러(9조4300억원). 이는 작년 15억7000만달러(2조58억원)를 422%나 넘어서는 '도전적인' 목표치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이 같은 목표는 결코 섣부른 호기가 아닌 탄탄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해마다 비약적으로 증가해온 실적을 보면 빈 말이 아님이 금세 드러난다. 이 회사의 상반기 해외 수주액은 4조763억원에 이른다. 이것만으로도 작년 해외 수주액을 두 배나 넘어섰다.

◆지역과 공사 다변화로 눈부신 질주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중동지역의 정유와 화공 플랜트에 집중된 것과는 달리 삼성물산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플랜트는 물론 건축, 토목 등 전 분야에 걸쳐 고르게 해외공사를 따내고 있다. 다양화된 시장과 상품은 삼성물산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우선 건축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한때 '버즈 두바이'로 불렸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각종 첨단공장을 건설한 건축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건축시장에서 위상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6월 UAE 아부다비 첨단 병원시설인 '클리블랜드 클리닉'프로젝트 수주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다. 총 12억달러 규모의 '클리블랜드 클리닉'프로젝트 수주에는 삼성서울병원 등 첨단의료시설을 건설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건축 분야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역사 위에 116개 병실과 전문 클리닉 189실,호텔 223개실로 이뤄진 지상 20층 복합의료시설 건설공사를 따냈다. 다양한 건축분야의 실전 경험 덕분에 삼성물산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지역에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공사를 4억5600만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원전 등 고부가 플랜트 수주 잇따라

플랜트 분야 역시 삼성물산의 중장기 성장동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아부다비에서 '알슈웨이핫 S2'민자 담수발전 플랜트를 수주해 이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정밀기술의 집약체이자 플랜트 분야의 꽃이라고 불리는 발전플랜트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시공,유지보수에 이르는 프로젝트 라이프사이클을 턴키 방식으로 수주,단번에 세계적인 지명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플랜트 분야의 최고봉이라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도 따냈다. 현대건설 등과 공동으로 올해 초 UAE 아부다비 원전을 수주했다. 시공과 관련된 총계약 금액은 55억9425만달러다. 이중 삼성물산은 45%인 25억1741만달러(2조8729억원)의 지분을 갖는다.

플랜트 분야 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공사는 삼성물산의 또 다른 강점이다. 삼성물산은 평택LNG터미널을 비롯해 인천 LNG저장탱크공사,카타르LPG탱크 건설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적인 저온탱크 시공 기술 및 실적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지난 2월에는 싱가포르 LNG주식회사가 발주한 싱가포르 LNG터미널을 6억2800만달러(약 7300억원)에 단독 수주했다. 싱가포르 LNG터미널은 해외에서 LNG전용선으로 들여온 액체 상태의 LNG를 탱크에 저장한 후 기화 처리해서 공급하는 설비다. 싱가포르 남서부 주롱섬 매립지에 18만㎥ 규모 LNG탱크 2기 및 하역설비 등의 설비를 갖춘 연간 300만t 규모의 LNG터미널을 짓는 공사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싱가포르,아부다비 등에서 민자 복합화력발전을 비롯해 파이프 라인 공사 등 다양한 플랜트 프로젝트에 입찰한 상태다. 이 중 일부 프로젝트는 수주가 유력하다.

◆고급 토목분야도 전략분야로 육성

지하 고속도로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토목 분야 역시 삼성물산의 전략 분야다. 세계 5위의 사장교인 인천대교로 대표되는 삼성물산의 토목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2008년 UAE 아부다비에서 살람지하차도 건설공사와 싱가포르에서 마리나 지하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특히 싱가포르 지하고속도로는 고부가가치 공사로 유명하다. m당 공사비가 1억원을 넘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였다. 삼성물산은 다양한 실적과 발주처의 호평을 기반으로 싱가포르와 중동을 비롯해 인도,북미 등에서 고급 토목건설 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의 눈부신 해외 수주 실적은 증권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 전략 변화와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 수주 금액이 연간 8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우증권은 또 "삼성물산은 해외 수주 전략을 기존 초고층 빌딩 · 건축 · 토목 중심에서 플랜트 중심으로 전환한 가운데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 정연주 사장 취임,영업부서의 위상 강화,신규 기술 인력 확대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