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대주주가 배당금 독차지하는 비법은?

항생제와 비만치료제 등 처방의약품 전문 제약사인 일성신약이 3년 전부터 자기주식(자사주)을 35% 가까이 대거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주주 지분(약 35%)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자사주를 대폭 늘릴 경우 유통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대주주가 배당금을 매년 독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일성신약이 3년 전인 2008년부터 장내에서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약 100만주에 이른다. 일성신약은 현재 자사주로 102만주 가량을 가지고 있고, 이는 전체 발행주식수(226만주) 대비 38%에 이른다.
또 이 회사 최대주주인 윤석근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 중인 지분은 35.60%(6월30일 기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주주와 자사주 지분을 합치면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지분이 74%를 웃돌고, 유통물량은 불과 68만여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일성신약은 올해도 지난 7월부터 재차 자사주 매입에 돌입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4만4000주와 4만1000주씩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뒤 전날(13일)에도 7만주(약 50억원)를 더 살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일성신약 관계자는"주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유통물량이 하루평균 10만주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적은 상황에서도 자사주를 잇따라 사들이는 것은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유통주식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자기주식을 더 취득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다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통상 거래량이 없는 종목은 대량매매(블록딜)시에도 디스카운트(할인)를 받고 매매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회사 지분 35%를 보유한 대주주들이 회삿돈을 이용해 자사주를 사고, 배당금을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또 다른 코스닥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일성신약의 경우 이익잉여금이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아주 많은 회사"라며 "대주주가 돈을 쓰지 않고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대거 사들인 뒤 배당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성신약은 실제로 영업실적이 전년대비 크게 줄었어도 배당금액(9억~13억원 가량)을 낮추지 않아 배당성향이 전년보다 몇 배 이상 높게 책정되는 일이 많았다.

일성신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1억3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76.4%나 줄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현금배당성향은 11.38%로, 2008년의 2.91% 대비 네 배 가까이, 2005년 3.78%에 비해서도 세 배 이상의 배당성향을 기록했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