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중간 점검] (3) 여주군, 남한강 준설공사 때 파낸 모래 팔아 1000억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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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역경제 효과 있나지난 13일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 공사현장 옆에선 거대한 물 웅덩이를 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00년에 한 번 정도 올 큰 홍수에도 하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저류지(물 저장소)를 만드는 공사였다. 저류지 크기는 여의도 절반가량인 182만㎡. 굴착기와 불도저,덤프트럭 등 180여대의 건설 중장비들이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낙동강 달성보 공사현장…건설기사 등 하루 830명 투입…현지업체가 농지 리모델링
연기군 일대 하천부지 농민…영농법인 만들어 중장비 대여
일자리 창출 '과대포장' 논란도
공사장 옆에는 커다란 모래 더미가 쌓여 있었다. 여주군청 골재담당 추성칠 계장은 "이 모래는 여주군에 금싸라기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저류지 건설과 하천 준설 공사를 통해 확보한 모래를 모두 내다 팔면 무려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그는 추산했다. 여주군청 1년 예산 3300억원의 3분의 1이다. 여주군청 측은 "예산이 모자라 여러 현안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는데 모래 판매 수익으로 새로운 사업까지 펼칠 여력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깨어나나
여주군 등 4대강 살리기 공사 현장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사업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천 정비로 일자리가 생기고,준설 등으로 골재 판매수익까지 생겨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준설에 들어가는 5조원 규모의 사업비는 중앙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반면 골재 판매권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갖는다. 골재를 선별해 자갈 등이 섞인 40%를 농지 리모델링용으로 무상 제공하고 나머지 60%는 판매해 지자체 수입으로 잡는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에 2012년 말까지 총 2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50~60%가 지역경제로 흘러가 전국 구석구석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의 이 같은 기대는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건설장비 기사를 포함해 하루 830여명이 투입된다. 총 공사금액의 18%인 612억원이 완공 될 때까지 이들에게 지급된다. 공사에는 경북지역 공동도급 및 하도급 업체들도 참여한다. 이들이 따낸 수주액은 전체 공사비의 55%인 1852억원에 이른다.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모두 지역 건설업체가 수주했다.
보상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연기군 일대 하천부지 농민들은 처음에는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우려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에 적극적이다. 일자리도 얻고 장비를 우선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80여세대,200여명의 농민들은 영농법인 2개를 만들었다. 이 법인을 통해 농민들은 굴착기와 덤프트럭 장비 60~70대를 공급하고 있다. 하천변에 풀들이 자랄 수 있는 식생매트를 까는 작업이나 잔디를 심는 공사,조경 등도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천변 저지대에 있는 농지는 집중호우가 내릴 때 침수 피해가 없도록 평균 2.5m로 높여준다. 총 1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149개 지구,8000㏊의 농경지를 무상으로 성토해준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의 김종택씨는 "해마다 침수가 심해 벼를 심어도 60% 정도만 수확됐다"며 "리모델링되면 배수도 잘돼 벼 수확량도 많아지고 감자와 마늘 등 고수확 농산물도 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충남 공주시 금강7공구에서 농지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SK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신청 때 머뭇거렸던 농민들이 이제서야 자신들의 논도 높여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도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포보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한강 3공구의 경우 총 공사비 3162억원 중 지역업체에 할당된 공사금액은 1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주관사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업 규모와 시공능력 등을 감안하면 여주군 내 업체가 맡기는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본 규모나 시공능력 등에 비춰 지역업체보다는 외지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전반적으로 과대포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전망한 일자리 개수와 실제 일자리 개수에는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경남지역 4대강 사업의 경우 18개 공구에서 2조2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산술적으로 3만4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경남도 자료에 따르면 최근 경남지역 현장에 투입되는 하루 평균 인력은 1700여명(정규직 약 650명,비정규직 1050명)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최근 토목사업에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중장비들을 대거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남도 내에 총 4128개의 건설업체가 있지만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지난 6월 기준으로 32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여주=박수진/창녕=김태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