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개입 소극적' 간 총리 압승에 엔화 초강세

바젤Ⅲ 합의ㆍ中 지표 개선
달러가치 하락도 영향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도 16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엔화와 위안화 강세 모두 중국의 경기지표 개선 소식에 달러 값이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 컸지만 정치적 변수도 작용했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83.06엔까지 상승했다. 1995년 6월 이후 15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의 최고 기록인 지난 8일의 달러당 83.33엔보다 더 올라간 것이다. 엔화 강세는 전 세계적인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반작용이 주된 요인이다. 13일 바젤위원회의 은행자본 건전화 최종안 합의와 중국 경기지표 개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값은 곤두박질쳤다. 이날 일본의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재선된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시장에선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엔고 억제에 적극적인 반면 간 총리는 소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왔다. 야시로 가즈야 히마와리증권 외환애널리스트는 "간 총리는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오자와 전 간사장에 비해 신중한 입장"이라며 "이날 오전부터 간 총리의 선거 승리가 점쳐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운 데다 간 총리의 정책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엔화 가치는 앞으로 더욱 올라 달러당 80엔 선에 접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고 지속으로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일본에서는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도쿄증시에선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닛케이평균주가가 전날보다 22.51엔 하락한 9299.31엔을 기록했다. 나흘 만의 하락세였다.

위안화 가치도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6.737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기준환율 기준으로 위안화 가치가 3거래일 연속 16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위안화는 지난주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미 정부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8일 이후 나흘 동안에만 0.78% 절상됐다. 6월 이후 위안화 절상폭(1.31%)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지방선거를 앞둔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임에 따라 중국이 위안화를 더 절상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는 15~16일 이틀간 위안화 정책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미 하원 의원 93명은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법안 마련을 하원 지도부에 촉구했다. 미 의회는 여전히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저평가한다고 보고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상정해놓고 있다. 미 상무부도 13일 중국산 철강 파이프에 99%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위안화 분쟁이 무역마찰로 재확전되는 분위기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에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라고 촉구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김태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