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값 1주일 새 12% '껑충'…6개월 만에 최고

내년 3월물 파운드당 22.55센트…국내 제당업계 내년 사업 '비상'
원당 가격이 1주일 새 12% 급등하며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유럽 등 주요 재배지역의 가뭄으로 원당 수확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가운데 원당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 주요 항구의 선적작업까지 지연되면서 전 세계 원당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원당값 폭등을 경험했던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주요 제당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 작성을 앞두고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국제거래소(NYBOT-ICE)에서 원당(내년 3월 인도분) 가격은 13일(현지시간) 파운드당 22.55센트로 전날보다 3.8% 올랐다. 이로써 원당 국제가격은 이달 들어 16.7% 뛰었으며,최근 1주일 새 상승률도 12.0%에 달했다. 이는 지난 3월2일(22.64센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6월 초와 비교하면 3개월여 만에 56.6%나 오른 것이다.

원당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브라질 주요 수출항의 선박 정체현상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원당 재배지역의 가뭄과는 정반대로 상파울루 산토스 등 브라질 주요 항구엔 폭우가 이어지면서 항구별로 원당을 실어나를 선박이 100척 이상 대기 중이다. 김유리지 코리아PDS 연구원은 "원당 선적의 특성상 비가 내리면 선적 작업이 전면 중단된다"며 "원당 최대 선적항인 상파울루 등 브라질 6대 항구에 폭우가 계속돼 항구에 쌓여 있는 원당의 70% 정도밖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항구에서의 선박 대기기간이 1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브라질 항구에 입항한 원당 선박이 지난 8월 중순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달 중순으로 늦춰졌다"며 "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량을 급히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등 다른 현물시장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펀드 자금이 곡물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도 원당값 단기 급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허경일 외환선물 이사는 "680만t가량으로 예상되던 태국의 올해 원당 생산량이 600만t으로 줄어들고 독일에서도 400만t에서 360만t으로 감소했으며 프랑스 원당 생산량도 13% 줄어든 3040만t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런 생산량 감소를 재료로 삼아 전 세계 주요 펀드자금이 곡물로 몰려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원당값 급등으로 국내 제당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원당값 폭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 원당사업 부문에서만 500억원가량 적자를 낸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설탕 가격을 8% 올렸지만 내년 원당사업 계획을 또다시 적자로 편성해야 하지 않을지 걱정했다. 외환선물의 허 이사는 "러시아 밀 수출금지에서 촉발된 곡물 파동으로 곡물 펀드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원당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