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소형 '전기차' 중대형은 '하이브리드'로 간다

'투트랙' 전략…세계 그린카 주도
기아, 2011년 말 경형 전기차 양산
현대 · 기아자동차가 경형,소형,준중형급 등 작은 차는 전기차로,중형과 중 · 대형급 등 큰 차는 하이브리드카로 개발하는 '투트랙' 친환경차 전략을 수립했다. 소형차를 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성에 더 민감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 · 기아차는 단기적으로 내연엔진을 병행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판매에 집중하되 전기차의 대량 생산 시점을 저울질하기로 했다.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사장)은 "전기차의 대중화 시기는 배터리값 하락세에 달려있다"며 "환경 위기와 각국 규제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그린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 전기 박스카 출시

현대 · 기아차는 인도에서 생산하는 유럽전략형 경차 i10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고속형 전기차 블루온을 내놨다.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보급한 뒤 2012년 말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블루온을 500대 이상 양산하지 않겠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i10 자체가 2007년 선보인 구형인 데다 국내에서 차체를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는 내년 9월 기아차 브랜드로 선보일 경형 박스카의 전기차 모델을 별도로 제작하기로 했다. 양산 시점은 내년 12월이며,2012년 한햇동안 총 2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기아차 경형 박스카는 닛산 큐브와 비슷한 박스형 경차로,넓은 적재공간과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차체 길이(3585㎜)가 블루온과 비슷하지만 180㎜ 더 높다.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장 130㎞로,블루온(140㎞)보다 조금 짧다.

현대 · 기아차는 2013년 준중형급 전기차도 양산해 수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 · 기아차는 중형급 이상의 친환경차엔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승차감을 갖춘데다 연비개선 효과도 높아서다. 우선 다음 달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북미 시장에 먼저 내놓은 뒤 내년 초 국내에도 투입한다. 2012년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출시한다. ◆25분이면 블루온 충전 '끝'

14일 경기 화성 현대 · 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직접 시승해 본 블루온은 초기 가속성능면에서 동급 휘발유차를 능가했다. 에어컨을 최대로 튼 상태에서 약 13초 만에 시속 100㎞를 돌파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32㎞다. 최고출력이 81마력(61㎾),최대토크가 21.4㎏ · m로,기아차 모닝 휘발유차(72마력,9.2㎏ · m)보다 훨씬 세다. 약 20도의 경사로를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었는데,최대 등판능력은 40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내에 특이한 경제운전 장치가 달려있었다. 정속 주행을 하면 안내 화면에 북극곰이 등장해 새끼를 낳는 과정을 보여줬다. 박진호 책임연구원은 "운전 중 환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블루온의 장점은 빠른 충전시간이다. 완속 충전기로 6시간,급속 충전기로 25분이면 된다. 경쟁 모델인 일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보다 완속은 1시간,급속은 5분 각각 빠르다. 충전 주입구 형태는 미국 및 일본 전기차와 같다.

가격은 논란거리다. 블루온 한 대당 약 5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당 최대 2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히 비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전기차 가격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은 후 2만5000달러 이상일 경우 가격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