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에서 산티아고까지…여행지서 만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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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삼 씨 시집 '세가지‥' 출간국악방송 프로듀서인 시인 박건삼씨(67 · 사진)가 세 번째 시집 《세 가지 그리운 풍경》(시로여는세상 펴냄)을 펴냈다. 제목 그대로 현대인의 내면에 녹아있는 그리움의 근원을 탐색한 시편들이 많다.
시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은 대부분 멀리 떨어진 것들이다.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삶의 허망함과 겸허함은 용문사에서 출발해 히말라야와 바이칼호수,앙코르와트를 거쳐 산티아고까지 시인을 따라다닌다. '꽃이 사람이 되고/ 꿈이 되고/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는/ 까미노를 한 달쯤 걸으면/ 참으로 신비로운 건/ 마음에 날개가 돋아/ 우주 속 작은 점 안으로 들어가/ 우주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까미노 풍경' 부분)
죽음의 강을 건넌 이들에 대한 추억은 또다른 그리움을 낳는다.
여든 넘어서도 정정하더니 갑자기 치매에 걸린 어머니,암과 싸우다 결국 부모보다 앞서 간 외조카,테니스를 치다 심장마비로 떠난 의사 친구 등은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작품 10편은 별도로 묶었다.
'어머니를 산에 묻지 않고/ 바다에 묻었다/ 왜 하필 차가운 바다냐고/ 그토록 반대했던 막내 누이가/ 남들이 산으로 성묘 가던 날/ 어머니가 떠난 바다에 와서/ 장미 꽃 한 송이 던지며/ 어머니가 모든 생명의 바다라는 걸/ 알았는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어머니를 바다에 묻고' 전문)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