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3.8%로 둔화…출구전략 신중해야"

삼성경제硏 경제전망 보고서

車·반도체 생산·수출 부진…올해 5.9%서 크게 낮아질 듯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5.9%로 예상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내년에는 3.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실질 GDP와 잠재 GDP 간 격차인 GDP갭이 내년까지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도 한국은행 목표치인 3%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출구전략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상반기의 빠른 회복세에 힘입어 5.9%에 이르겠지만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둔화, 내년엔 3.8%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15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7.6%에 이르렀지만 하반기엔 4.4%로 낮아지고 내년엔 4%를 밑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경기가 둔화돼 내년엔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소가 제시한 수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34.3%,하반기 17.9%,내년 8.5% 등이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올 상반기 30.1%에서 하반기 12.6%로 낮아진 뒤 내년엔 4.9%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는 그간 성장을 주도해 온 반도체와 자동차산업 둔화에 주목했다. 황 연구위원은 "지난 7월부터 두 산업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8월엔 수출증가세도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두 산업을 중심으로 재고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성장률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소는 GDP갭이 내년까지도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실질 GDP(1038조3000억원)가 잠재 GDP(1047조8000억원)를 9조5000억원 밑도는 데 이어 내년에도 실질 GDP(1077조7000억원)가 잠재 GDP(1086조8000억원)에 9조1000억원 모자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및 미국의 회복세 둔화,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에다 민간소비 역시 미진할 것이란 점을 이 같은 예측의 근거로 내세웠다.

연구소는 내년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인데다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관리 목표치인 3%를 밑도는 2.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한은이 제시한 3.4%보다 낮은 것이다.
연구소는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에 대해서도 한은과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금리 수준의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흐름을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정책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신축적 재정운용,중장기적으론 엄격한 재정 건전화를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