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했던 대통령 직속委가 안 보이네"

새 아젠다 실종…대통령 일정도 잡기 어려워
부처ㆍ현장중심으로 국정기조 변해 힘 빠진 듯
현 정부 초기 막강한 힘을 자랑했던 대통령 직속의 각종 위원회가 최근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보고대회가 뜸해진 데다 새로운 국정 아젠다를 제시,국정 운영의 한 축을 끌어가는 힘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규제 혁파를 주도해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8월 말 23차 보고대회를 계획했지만 대통령 일정을 잡지 못해 한 달가량 연기한 끝에 이달 3일 미래기획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보고회의'를 개최했다. 규제개혁 업무 헤게모니가 국경위에서 총리실 산하의 규제개혁위원회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신성장 동력 발굴,저출산 대응 전략,중산층 복원 프로젝트 등 미래 비전의 큰 그림을 제시해온 미래기획위원회 역시 지난 6월11일 '국토 2040 그랜드 비전' 보고대회 이후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지 않는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어윤대 전 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3개월째 위원장이 공석인 채로 남아 있다.

그나마 활발한 곳은 'MB노믹스'의 상징인 녹색성장을 주도해온 녹색성장위원회 정도다. 녹색위는 지난 7월 보고대회에서 신임 민간 위원장에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을 임명하고 20여명의 민간위원을 새롭게 위촉,제2기 녹색위를 출범시켰다.

MB정부 초기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막강했다. 부처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아우르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를 대신해 주요 국정 아젠다를 직접 제시하고 각 부처 장관을 '지휘'할 정도였다. 특히 강만수 국경위원장,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어윤대 브랜드위원장 등은 MB의 핵심 측근이어서 힘이 더욱 실렸다. 하지만 이들 위원회가 최근 들어 대통령 일정을 잡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맞아 '부처와 현장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하면서 일종의 외곽 조직인 위원회 파워가 자연스럽게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한 관계자는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국정 아젠다를 설정해 힘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며 "특정 부처 차원에서 굵직한 아젠다를 발굴하기 힘든 만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기보다는 관리하는 국면이라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와 상생을 집권 후반기 국정 기조로 표방하면서 국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위원회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