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家 '전성시대'…현대차·중공업·모비스 '시총 빅5'

올 들어 41조 늘어 시총 133조
현대차 그룹만 100조 육박…車ㆍ조선 등 중국수혜 '톡톡'
IT 공급과잉 문제 불거져…삼성그룹주는 상대적 주춤

범현대 계열사들이 계열분리 10년 만에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았다. 각 계열사들이 동반 약진하며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나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가 나란히 시총 상위 5위 안에 진입했다. 삼성그룹이 핵심 사업인 정보기술(IT)의 업황 부진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범현대 계열사들은 중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은 조선 · 자동차 · 유통주 등의 선전으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범현대가 시총 올해 45% 늘어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92조원이던 범현대계열의 시가총액은 15일 133조4270억원을 기록,올 들어 44.4%(41조452억원) 급증했다. 범현대가 중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시총은 38.9% 늘어난 93조8994억원으로 '100조원 고지'를 눈앞에 뒀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같은 기간 시총이 78.4% 증가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5조4967억원으로 77.8%,현대그룹은 8조2149억원으로 26.7% 각각 늘었다. 반면 삼성 계열사의 시총은 작년 말보다 12.3% 증가한 222조7275억원으로 국내 최대지만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생명(시총 21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범현대 계열사의 성장은 '대표 3인방'이 이끌고 있다. 시총 34조8000억원인 현대차가 일찌감치 시총 3위 자리를 굳힌 데 이어 현대중공업(23조7033억원)과 현대모비스(23조5980억원)가 이달 들어 나란히 시총 상위 5위권에 진입,시총 상위 3~5위를 범현대 계열사가 차지했다.

이달 들어선 거의 모든 계열사가 동반 약진하는 양상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백화점 현대제철 등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도 현대중공업이 2.48%(7500원) 오른 31만500원으로 나흘 연속 올랐고 현대차(0.64%) 기아차(0.73%) 현대건설(1.31%) 등 대부분 계열사들이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반면 삼성전자(-0.39%) 제일모직(-6.54%) 삼성SDI(-6.08%) 등 주요 삼성계열사는 내렸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범현대그룹주를 집중 매수해 수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로 이달 들어 1조700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운용사들은 삼성전자(3010억원) 삼성SDI(1842억원) 삼성물산(1486억원) 등을 집중 매도하고 현대중공업(735억원) 기아차(642억원) 등 범현대그룹주를 대량 사들였다.

◆다양한 업종 포트폴리오가 강점

범현대그룹주의 약진은 신흥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는 '굴뚝산업'의 재발견이라는 분석이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 · 서비스업 위주의 선진국 경기는 아직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했지만 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기는 강하게 반등했다"며 "이 경기 회복의 주역으로 활약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범현대그룹주가 재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들이 IT주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범현대가는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중국 수혜주들이 고루 포진돼 있다는 것.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은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IT주가 주도 업종이지만 범현대가는 중국 경기에 민감한 소재,산업재 등 업종이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범현대가의 다양한 업종 포트폴리오는 10년 전 계열분리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계열분리로 범현대 계열사들은 다양한 업종에서 치열하게 각개전투를 펼치며 해당 분야에서 1,2위 반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범현대그룹주의 약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12차 5개년 경제계획에 따라 해상 물동량이 늘어 조선시황이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UBS증권은 "현대차의 중국 3공장이 2012년 완공되면 중국법인 생산량이 연간 100만대로 늘어나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의 수혜를 크게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미/강현우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