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부패·폭력이 먼저냐…가난이 먼저냐

이코노믹 갱스터 | 레이먼드 피스먼·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 350쪽 | 1만3000원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월리엄 이스터리 뉴욕대 교수는 원조정책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다. 삭스 교수는 개인이나 국가가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해외 원조라는 외부 충격이 필요하고 병원,학교,도로 등 기간 시설을 먼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스터리 교수는 원조 수혜국의 독재자나 정부 관리가 원조금을 횡령하는 것을 막고 이들 국가의 개발 프로젝트를 제대로 운영 · 감시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원조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내전(폭력)과 부패,가난 중 과연 어느 것이 먼저일까. 《이코노믹 갱스터》의 저자들은 부패와 폭력이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법과 양심을 버리는 '이코노믹 갱스터(폭력배)'들의 존재를 추적한다. 정부 관련 사업의 허가권을 쥐고 인도네시아 산업 전 분야에 진출한 수하르토 대통령 일가,1990년대 중국의 높은 관세정책을 피하기 위해 세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각종 수입품을 밀수했던 억만장자 사업가 라이창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양한 사례들을 따라 가다보면 이코노믹 갱스터들의 행동이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경제주체들의 비용과 편익 계산,부정부패에 대한 사회 분위기 등에 기인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