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2인3각의 교훈

언제 더웠냐는 듯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는 이맘때면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에 흔들리던 운동회의 만국기가 생각나곤 한다. 바통을 떨어뜨려 추월당한 '이어달리기',어깨에 올라탄 친구가 흔들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던 '기마전' 등 어릴 적 운동회는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운동회 종목 중 지금까지도 필자에게 교훈을 주는 것은 2인3각 경기다. 2인이 한 다리씩을 끈으로 묶어 3각(脚)을 만들어 달리는 경기로,호흡을 맞춰 함께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린 마음에 처음부터 앞서고 싶어 혼자 속력을 내면 넘어지기 일쑤였고,옆 친구에게만 너무 의지하면 무게 중심이 맞질 않아 박자가 어긋나고 앞으로 나가기 힘들었다. 이런 실수를 통해 내가 터득한 요령은 둘이 함께 하려면 서로에게 의지하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나가기보다는 조화를 이뤄 천천히 박자를 맞추다가 점차 속도를 내어 상대팀을 앞질러야 하며 무엇보다 상호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2인3각에서 얻은 배움이 운동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기업이 '2인3각' 경기를 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의 경영 자원을 공유하고 협업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2인3각 경기의 교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친구를 믿고 중심을 잡아야 했던 것처럼 기업 간의 파트너십도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강점은 배우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며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성공적 제휴로 이르는 길이다. 상호 조화를 먼저 고려해 최적화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운동회의 막판 역전승과 같은,파트너십의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도 많은 기업과 '2인3각' 경기를 벌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국내 대표 제약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 제약기업의 강점을 규합하는 전례 없는 포괄적 사업 제휴다. 국내 제약기업은 GSK의 글로벌 경영 노하우와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고,GSK는 국내 기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성장을 가속화하고 환자들에게도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윈-윈 파트너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자는 이 새로운 '2인3각'에서도 협력의 근본인 '신뢰와 조화'를 잊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어릴 적 운동회의 추억에서 필자는 지금의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큰 교훈을 얻었는지 모른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맞춰 달렸던 2인3각 경기가 다시금 협력과 조화,진정한 파트너십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가을이다.

김진호 < GSK한국법인 대표 Jin-ho.kim@g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