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EU FTA 철저한 준비로 효과 극대화해야

이탈리아의 반대로 전도가 불투명했던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7월1일 발효된다. EU 이사회가 그동안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던 이탈리아를 설득해 막판 승인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과 EU는 다음 달 6일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FTA에 정식 서명키로 했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발효시기는 6개월 늦어졌지만 미국과 체결한 FTA가 여전히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FTA 협정이 발효되면 모든 공산품에 대해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우리의 자동차 수출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계류, 정밀화학 원료 등 부품 소재를 중심으로 대일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소비자들은 유럽차와 와인을 10~15%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물론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수출이나 투자가 저절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FTA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특수성을 감안해 진출 전략을 새로 짜고 전문가를 대폭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EU라는 공동체가 추진하는 장단기 정책방향을 숙지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원산지 규정만 해도 그렇다. EU는 FTA가 발효되면 중국 등 제3국이 무임 승차를 하지 못하도록 한국산 제품의 원산지 증명을 까다롭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자동차부품,타이어,의류, LCD, 냉장고 등 거의 모든 제품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이다. 원산지 제도는 숨겨진 무역장벽이라고 불릴 정도다. 전문가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적극 돕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에게 민감한 냉동 · 냉장 삼겹살 등의 관세 철폐기간을 10년으로 잡았지만 농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유럽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노사 문화를 더욱 선진화하는 등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선결 과제다. 그래야만 유럽의 뛰어난 기술력을 들여와 우리 산업과 접목시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한 · EU FTA 발효를 한 · 미 FTA 비준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 · 미 FTA는 협상 타결 후 2년이 지났지만 한 걸음의 진전도 없다. 게다가 미국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되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한 · 미 FTA가 좌절되면 미국도 350억달러의 수출액 감소와 34만5000개의 일자리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한 · EU FTA 발효가 미국에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