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32) 천안함 사태와 소모적 정치 논쟁

한국 국방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그림까지 곁들여 조사 내용을 자세히 밝힌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 12개 민간기관의 전문가 25명,군 전문가 22명,국회 추천위원 3명,미국 · 호주 · 영국 · 스웨덴 4개국 전문가 24명 등 모두 73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담은 정교하고도 종합적인 문건이다.

보고서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강력한 수중 폭발로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합동조사단에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중립국 스웨덴의 전문가들도 참여했으니 보고서 내용을 의심할 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고서의 결론에 줄곧 의문을 제기하는 한국 내 정치권 등 사회 일각의 행태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정부의 발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확산시켜 반 대한민국 정서를 부추기고,이로써 결국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된 데는 사고 직후 국민을 상대로 한 설명 과정에서 오락가락했던 정부의 발표에도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잡아떼기,중국과 러시아의 회의적인 입장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나는 지금도 6 · 25전쟁 당시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속이고는 자기네만 몰래 서울을 빠져나간 뒤 한강대교를 폭파했던 정부 고위층의 행태를 기억한다. 내게는 당시 끊어진 다리를 눈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던 수많은 서울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발언도 한심스럽다. 한국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장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아 온 그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심지어는 "천안함이 고기잡이 망에 걸려 밑에 있던 기뢰를 건드리는 바람에 폭발했을 것"이라는 러시아 측 관계자의 주장을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에 인용했다.

나는 천안함 문제와 관련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천안함과 연결시키는 것과 같은 비이성적인 행태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 아울러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러시아 정부에 천안함이 기뢰에 의해 침몰됐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야당의 요구대로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되 모든 관련 비용을 야당 측이 부담하고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다짐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천안함 사건 직후 우왕좌왕했던 정부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전 미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