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公 직원 350명…濠 경쟁사 리오틴토는 10만명

공기업 인력부족 실태

정부 '인력 감축안' 맞추느라 2008년부터 공채 꿈도 못꿔
7개 해외 사업장에 법인장 1명 광물公 "정보수집도 힘들어"
한전, 계열사서 원전인력 충원…1개팀이 3개국 담당 '업무과중'
정부가 에너지 · 자원 공기업의 정원 제한을 풀어주기로 한 것은 해외 원전 수주 등으로 이들 기업의 업무는 늘어나는 반면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이후 터키 등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되고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 등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에너지 · 자원 공기업의 인력 수요는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은 정부의 공기업 인력 일괄 감축 계획에 발이 묶여 채용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 원전 수출이나 자원 확보 등 국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력 부족 얼마나 심각하기에

한전은 작년 말 UAE 원전 수주 이후 원자력 관련 인력을 늘려야 했지만 정부의 공기업 인력 감축안이 발표된 2008년 하반기부터 신규 공채는 꿈도 꾸지 못했다. 거꾸로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2400여명을 줄여가야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사내 공모를 통해 원전 관련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뽑는 고육책을 썼다. 해외 원전 수주 전담조직인 해외원전개발처가 어렵게 꾸려졌지만 전담 인력은 총 50명에 불과했다.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터키 필리핀 아르헨티나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분야 1개팀이 많게는 2~3개 나라를 맡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크다"며 "계열사에서 파견을 받는 등 임시방편으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UAE 원전 수주 당시 경쟁했던 프랑스 아레바는 직원이 5만여명으로 한전의 2.5배에 달한다"며 "세계적인 업체들과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인력을 늘려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일손이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한수원 관계자는 "2007년과 2008년 신입사원 공채를 못하는 바람에 원전사업의 핵심인 설계 시공 운전 분야에서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10명이 하던 일을 대여섯 명이 해야 하는 부서가 많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구리 우라늄 리튬 등 중요 광물 확보에 열을 올리는 광물자원공사도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 세계 8개 해외 사업장 가운데 호주를 제외한 캐나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카자흐스탄 몽골 인도네시아 등 7곳에는 법인장 1명만 나가 있다. 규정상 해외 법인 한 곳당 2명이 나가야 하지만 인력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해외 법인은 그 지역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정보수집 업무밖에 할 수 없는 반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광물업계 2위인 호주의 리오틴토는 직원 수가 10만2000명에 달하는데 광물공사는 351명"이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원을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리오틴토의 자산 규모는 2009년 말 기준 광물공사의 68배인데 인력 규모는 290배 많다.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유전 개발에 나선 가스공사와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유전을 탐사 중인 석유공사도 개발이 본격화되면 인력 부족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내년부터 신규 채용 나설 듯

에너지 · 자원 공기업들은 정부가 정원 감축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한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가 10월 중 인력 증원 계획을 공기업들로부터 받고 12월에 확정지을 방침이다. 관련 공기업들은 구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추산 중이며 정부 승인을 받는 대로 내년 초부터 채용에 나설 방침이다.

한전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말 UAE 원전 착공식을 한 뒤 2017년 5월 준공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인력 수요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UAE 전담 조직인 UAE 원자력 본부는 26명의 인원으로 관련 업무를 모두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최소한 5배 가까이 늘려야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력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석탄 철광석 등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인력 수요는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기열/정종태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