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금 '시한폭탄'…기대수익률 8%, 현실은 3%

목표수익률 너무 높아
지자체 공공연금 적자 눈덩이
미국 연금의 기대수익률이 비현실적으로 높아 앞으로 공공 연금의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공공 연금펀드의 수익률이 예상보다 떨어지면 결국 납세자들이 이를 부담해야 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정부은퇴관리자협회(NASRA)의 조사 결과를 인용,100개 이상의 미국 공공 연금펀드 중간 투자 예상 수익률이 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1년의 예상 수익률과 같다. 일부 기금들은 1990년대 목표 수익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공공 연기금들의 중간 수익률은 9.3%인 데 반해 10년 동안의 수익률은 3.9%에 불과했다. 규모가 큰 15개 공공 연금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연 7.8%로,이 중 몇 개 펀드만이 목표 운용 수익률을 낮췄거나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회복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을 밝게 보기 어려운 데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를 밑도는 상황에서 어떻게 8% 내외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낮은 인플레이션도 목표 운용 수익 달성에 걸림돌이다.

하지만 자산운용 여건이 악화됐다고 공공 펀드를 운용하는 주정부가 예상 수익률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면 연금 수혜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총액(부채)이 연금 자산을 웃돌아 연금펀드의 적자 문제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콜로라도퇴직연금의 경우 2009년 기준 목표 수익률을 8%에서 6.5%로 낮추면 적자 규모가 234억달러에서 340억달러로 불어난다. WSJ는 주정부 등 지방정부의 연금펀드 적자 규모가 5000억~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적자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직면한 시한폭탄을 가볍게 여긴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뮤추얼펀드 뱅가드의 창립자인 존 보글은 "대부분의 연금 예상 수익률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연금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와 캘스타스(캘리포니아 교직원 퇴직연금)도 투자 수익률 목표를 낮출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기업 연금도 사정은 심각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2009년 말 S&P500에 편입된 기업의 연금펀드 적자 규모는 2600억달러로 집계됐다. 목표 수익률을 낙관적으로 예상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한편 일본도 공공연금 수익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