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추가 양적완화…日 엔高 개입 효과 '물타기' 할까

21일 FOMC 개최, 국채 매입 땐 달러가치 하락
버냉키의 '선택' 뭘까 주목
日, 추가 금융완화 정책 검토
'결국은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일본 정부의 엔화정책 효과를 좌우하게 된다. '

일본이 엔화 약세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추가로 개입(엔 매도,달러 매입)한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FRB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쓰면 개입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일본은 지난 15일 인위적인 개입으로 엔화 가치를 3% 이상 절하시켰으나 FRB도 미 국채를 추가로 대량 매입할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FRB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과 장기금리 인하 목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통해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시중에서 매입하자 엔화,유로화 등에 대한 달러 가치가 10%가량 하락했다고 18일 보도했다.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1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각종 경제지표를 점검하고 추가 통화완화 정책의 시행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FOMC가 11월 초 회의를 전후해 1조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다시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 정부가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면 해외 차입비용도 줄어든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바클레이즈 통화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나 엔화 가치의 향방은 미 국채 금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 금리가 다시 하방 압력을 받고 있고,이는 지속적으로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이토 미쓰루 도카이도쿄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의 외환시장 단독 개입은 환율조작국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하고 그 효과도 FRB가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이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5.0%(연율 기준)에서 2분기 1.5%로 급격히 둔화됐다. 2분기 성장 가운데 절반 이상은 무역 부문이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995년 5월 이후 최고치인 82.88엔으로 뛰어올랐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연간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300억엔,혼다는 170억엔씩 감소할 정도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주된 배경이다.

일본도 추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엔고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NHK방송은 18일 일본 정부의 가이에다 반리 경제재정담당상을 인용,"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관련 금액을 늘리는 등 엔고에 대응해 추가 금융완화를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국제적인 반발과 비판에도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일본이 독단적인 외환시장 개입 정책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7월 유로존 국가들의 수출이 3개월 만에 줄어든 국면에서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바람에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 역시 3.4%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융커 총리는 중국 정부에도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다음 달 6일 브뤼셀에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 만날 때 위안화 환율 문제와 통화정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장성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