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저항한 재일동포 역사 잊지 말길"

'일본재판에 나타난 재일 코리안'
박인동 화우 변호사 번역서 출간
"한류 스타에 열광하는 일본 젊은이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음악을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불행한 과거 산물인 재일동포의 아픈 역사를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

'일본 재판에 나타난 재일 코리안'(한국학술정보 간행)이란 책을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판한 박인동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48 · 사진)는 19일 "일본에서 차별에 맞서 싸운 재일동포들이 없었다면 한 · 일 간의 문화교류도 지금처럼 성숙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원래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ZAK)에 소속된 재일동포 변호사들이 2008년 초 출간했다. 재일동포 변호사들은 그동안 여러 가지 차별에 시달려온 재일동포의 역사를 일본의 중고생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출판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박 변호사는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그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올해 한 · 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번역 출판을 하게 됐다.

이 책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1968년 2월 재일동포 김희로씨의 인질 감금사건을 비롯해 지문날인 거부 소송,종군 위안부 소송은 물론 재일동포의 대기업 취업 제한이나 아파트 입주 차별,골프장 회원권 구입 차별에 대한 소송 등 총 16건의 사건과 재판 기록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사건별 배경과 진행과정 결과 등을 이야기 식으로 전개해 중고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부터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박 변호사는 "한국과 일본 기업 간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를 자문하고 소송을 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한 · 일 관계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재일동포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일동포들이 일본 사회의 차별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우면서 인권과 법적 지위를 높여온 노력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개선시켰다"며 "최근 일본인들이 한류 스타와 한국 음식에 매료된 것도 한국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