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1년째 낮잠 자는 바이오펀드

지난해 9월 지식경제부 주도로 국내 바이오산업에 투자하는 바이오전용 펀드가 만들어졌다. 정부와 KB인베스트먼트,미국 버릴 앤드 컴퍼니 등의 공동출자 형식으로 출범한 펀드 명칭은 'Burrill-KB 신성장동력 사모투자전문회사'.700억원으로 시작한 펀드는 800억원 규모로 몸집을 키웠지만 1년여 동안 단 한 건의 투자실적도 없이 낮잠을 자고 있다.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KB인베스트먼트와 버릴 앤드 컴퍼니 측이 투자원칙을 놓고 번번이 충돌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투자 기업을 물색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조만간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진짜 이유는 바이오 기업을 '속빈 강정' 취급하는 관료와 국내 기관투자가의 편견 때문이라는 게 바이오벤처업계의 시각이다. 틈만 나면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치켜세우면서,정작 있는 실탄도 낮잠을 재우는 까닭을 달리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선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 · 합병(M&A)을 비롯해 투자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화이자 · GSK ·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천문학적인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바이오 기업 사냥에 돈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연구 · 개발(R&D)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화학신약을 대체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은 바이오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도 임상 3상에 들어갔거나 마친 뒤 글로벌 기업들과 막바지 상업화 경쟁을 벌이는 바이오신약이 한둘이 아니다. 일정대로라면 올 연말부터 국산 신약들이 순차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막판 돈가뭄에 시달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바이오 벤처에 대한 거품논란으로 자금 유입이 끊겼고,상장기업조차 별다른 수익원 없이 증자에 의존하다 보니 추가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임상비용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투자 물꼬'를 터주기 위해 바이오펀드 결성을 주도했을 정도다.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바이오업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