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편사업자 몇 개인지 못 정하는 이유 도대체 뭔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7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종편채널의 신청사업자들에 대해 절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납입자본금은 3000억원을 최소기준으로 5000억원까지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인 세부 심사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같은 기본계획안이 종편사업자 선정 절차의 윤곽을 명확히 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확실성과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 사안인 신규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일정한 심사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를 모두 선정한다는 절대평가방식부터가 그렇다. 신규사업자가 몇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정부의 방송산업 전략 부재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종편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평가방식이 아니라 방송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종편사업자를 몇개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향후 방송산업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몇개 사업자가 새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종편 영업환경은 물론 전체 방송시장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방송산업 환경을 예측하고 시장을 전망하기 위한 기본 전제인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사업자 수마저 제시되지 않은 안갯속 상황에서 예비사업자들이 어찌 합리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구체적 심사기준 확정을 미룬 것 또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방송의 공적책임 · 공정성 · 공익성과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계획의 적정성,재정 및 기술적 능력 등 주요 배점항목에 대한 최저승인점수를 설정해 엄격하게 심사한다지만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소지가 크다. 객관적 선정을 담보하기 어렵고 절차의 공정성 투명성과도 거리가 멀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과 콘텐츠시장 활성화를 통해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다. 우리가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신규 종편사업자의 선정은 반드시 방송시장에서의 성공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사업자가 후발주자로서 기존 지상파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1개 사업자의 선정과,조기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최우선 과제다. 여러 사업자가 나올 경우 좁은 시장에서 과당 경쟁이 빚어지면서 종편사업 자체가 실패로 귀결되고 방송산업 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신규 종편사업자 선정을 12월 말까지 마친다는 예정이다. 겨우 3개월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아직 몇개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한 것은 정말 무책임한 정책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종편정책이 성공하려면 신규 사업자는 1개만 선정돼야 하고 그런 기본방향부터 분명해지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