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상승 자극해야

[한경닷컴]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노동부는 지난 7월의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유류 등 에너지 항목을 제외하면 상승률이 0.9%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설정해 놓은 1.5∼2.0% 수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인플레율이 낮다는 것은 제품 수요가 많지 않아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기를 주저한다는 의미다.실업률이 높은 시기에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뜻한다.미국 실업률은 지난 8월 9.6%를 기록했다.

때문에 물가가 어느 정도 더 오르도록 정부가 자극해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물가가 상승하면 미국인들이 안고 있는 부채 부담이 줄어든다.기업들이 깔고 앉아 있는 2조달러 가량의 현금을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현금 가치가 떨어져 현금을 가지고 있을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통상 디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하락할 경우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소비와 투자를 꺼리게 된다.이렇게 되면 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다시 물가는 더 떨어지게 된다.1990년대 일본이 이같은 악순환에 빠졌다. 물론 미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면은 아니다.하지만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돼도 불안하다고 WP는 지적했다.물가상승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해도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신규 투자가 활발하지 않으면 높은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도 억제한다.이는 다시 물가상승을 막게 된다.

미국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월가 투자자들은 향후 5년간 미국의 인플레율이 평균 1.2%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현재의 물가상승률로만 본다면 FRB가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도록 방해하는 수준인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활동 위축을 의미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오리건대학의 팀 듀이 교수는 “이같은 균형이 최적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FRB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FRB가 새 달러를 찍어내 시중에서 수천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풀면 물가가 올라 이런 균형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