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부의 세습 사라질까

[한경닷컴] 유럽에서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경제위기로 당대에 부를 지키고 향유하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자연스럽게 자식 세대에게 부를 남겨주겠다는 의지도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텔레크래프는 20일 야뉴스캐피털 조사 결과를 인용,“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재산 상속에 대한 유럽인의 사고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페인,이탈리아 등 6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10% 만이 자식에게 “의미있는 액수의 자산을 상속하겠다”고 답했다.42%는 재산을 남길 의사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고,48%는 “자식 세대에게 부를 이전해야 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릭 반 벨덴 야누스캐피털 유럽지부장은 “현재 위험에 대한 유럽인들의 회피적 자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몇년 간의 경제위기로 유럽인들의 사고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 유럽 경제활동 인구들이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문제보다 흔퇴 후 자신의 여유로운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자신의 노년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커진 반면,사후 세계에 속하는 자녀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경제위기로 유럽인들의 위험 회피적 경향이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조사 대상 6개국 중에선 프랑스인들이 자녀들에게 자산을 넘기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고,스페인과 독일인들은 유산 상속에 가장 부정적이었다.영국에선 조사 대상의 16%가 유산 상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44%는 재산을 후대에 남기는 데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럴 의사도 없다”고 답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