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뒷모습이 당당한 사람

창업(創業)도 어렵지만 수성(守成)은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것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과욕을 부리게 되면 스스로 멸하게 될 수 있다. 자기만은 그런 일이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욕심이 그런 일을 현실로 만든다. 사람은 꽃과 과일을 모두 얻기를 바라지만 하늘은 두 가지 복(福)을 다 허용하지는 않는다.

최근 자녀 특채문제로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한 국가기관의 수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 마치고 영광스럽게 물러나야 옳은 일이거늘, 과욕으로 인해 할 일도 다 하지 못하고 결국 비난 속에 물러나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잘 나갈 때가 제일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어떤 재력가가 필자에게 "어떻게 하면 대대로 부(富)를 이어나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으로 이런 말을 해주었다. "다산 정약용은 무릇 재물이란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했습니다. 베푼 재물은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집니다. 천하에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 기업인이 있었다. 전문 경영인 출신인 그는 법정관리를 받게 된 기업을 맡아 기적적으로 회생시켰다.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던 직원들을 독려하고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수백억 원의 이익을 냈으며, 전액 자본을 잠식했던 회사의 재무구조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법원으로부터 우수 법정 관리인으로 상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돌연 법정 관리인 직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더 남아있었기에 정치권으로 간다, 혹은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간다는 등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는 겸허히 웃으며 소문을 일축했다. "전들 왜 조금 더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좋을 때 떠나고 싶습니다."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회사 직원 뿐 아니라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만류했지만 그는 "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아서 회사가 잘 됐을 뿐"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정치적 유혹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늘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고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진퇴가 분명한 경우에는. 그 기업인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자기의 할 일을 다 했다. 그는 가진 것을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것을 받아들이려고 기꺼이 비우는 것이다. 그것은 더 높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다림의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예기(禮記)에 따르면 “인생의 낙(樂)은 과욕보다 절욕(節慾)에서 찾아야 한다.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제어하면 그 속에 낙이 있으며 봉변을 면하게 된다.”라고 했다. 인생에서 영원한 성공은 없다. 현재의 승리만 있을 뿐이다. 잘 나갈 때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욕심 때문에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극상(極上)하면 자멸(自滅)한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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