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글로벌社 되려면 유리천장 없애야"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면 당장 유리천장을 부숴버리세요. "

전수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사진)은 20일 '제15차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 여성지도자네트워크(APEC-WLN)회의'가 열린 도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여성 인력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는가가 '포스트 글로벌 경제위기'시대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여성근로자의 수가 급격히 늘고 핵심 인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여성 인재가 기업,나아가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여성의 꼼꼼함이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을 키우고,특유의 감수성은 창조적인 기업을 일궈낸다고.실제 국내 중소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40.2%로 전체 중소기업 기업 평균(155.7%)보다 훨씬 낮다.

전 회장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서 겪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 막는 사내 장벽)은 여전히 두껍다"며 "특히 은행 문턱에서 여성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장기대출이나 저금리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보증기관이 보증 비율을 85%에서 95%로 일시적으로 높이면서 중소기업의 유동성이 다소 회복됐을 때도 여성 기업인들이 대출 창구에서 받는 차별은 여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여성 네크워크를 통한 목소리 키우기'를 강조했다. "특히 APEC은 한국의 총 수출액 중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공동체"라며 "APEC 차원에서 여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한국 여성경제인들의 지위는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높은 편이지만 미국 · 일본 등 선진국보다는 아직 한참 뒤처진다"고 평가하고 "여성기업 우선구매 지원제도 등 정책적으로 여성기업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 우선구매 지원제도는 공공기관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 · 공사를 진행할 때 여성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도록 만든 제도다. 한국에선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는 "협회는 여대생 대상 '차세대 여성 CEO과정'을 진행하는 등 여성 인재 육성에 힘쓰면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