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숙제' 못푼 의원들 "추석이 두렵다"

지역사업 무산위기 '民心 싸늘'
"살려달라" 사활 건 로비 나서
최근 영남권의 A의원은 경기 성남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건물로 출근을 하다시피 한다. LH의 구조조정 방침으로 지역구 개발사업이 무산 또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기 위해서다.

A의원은 이지송 LH사장 집무실에서 "만나줄 때까지 가지 않겠다"고 진을 치는 바람에 직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A의원 같은 지역구 의원들이 적어도 세 명은 더 있다. LH 측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데다 사장실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는 등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 귀향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LH의 구조조정 문제로 전전긍긍이다. 연휴기간 동안 지역구민들과 얼굴을 맞댈 일이 많은데 지역 개발사업이 중단 또는 연기될 처지여서 민심이 흉흉하기 때문이다.

A의원처럼 LH 본사로 찾아가 협박과 하소연을 하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해결이 안된다면 어떻게든 LH와의 대화자리라도 마련해 보겠다고 동분서주하는 의원들이 있다.

경기도의 B의원은 "다행스럽게 택지개발사업 면적을 축소하고 부지조성 원가를 낮추는 안을 제시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면서도 "여전히 불안해 하는 주민들을 무슨 수로 안심시킬 수 있을까 하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C의원은 "뾰족한 수가 없어 일단 LH를 설득해 연휴가 끝난 후 시의원 구의원 주민대표 등을 모아 LH 쪽과 회의를 한 번 열기로 했다"면서 "일단 얘기라도 들어주고 조금이나마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B,C의원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대부분은 대책이 없어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택지개발사업이 중단될 처지에 있는 강원권 출신의 D의원은 "사무실로 전화가 오고 메일이 쇄도하는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죽을 맛"이라며 "이번에 지역구에 가면 민원을 엄청나게 들을 텐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