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기금 이머징 마켓 눈독

[한경닷컴] 세계 최대 연금펀드인 일본 정부연금투자펀드(GPIF)가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 투자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향후 4~5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연금 지급에 대비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미타니 다카히로 GPIF 회장은 최근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몇년간 연금 지급 지출이 납임금을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족해진 재원을 확충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연금 기여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반면,나이 든 퇴직자의 폭발적 증가로 초과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타니 회장의 설명이다. 123조엔(1조433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GPIF는 67.5%에 달하는 자금을 주로 수익률이 낮은 일본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이가운데 2011년까지 4조엔 어치의 채권을 팔아 연금지급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필요한 전체 자금 수요에는 못미친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일본은 2055년에 65세 이상 연령층이 인구의 4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미타니 회장은 “향후 자산 매각 대상에는 일본 채권 뿐만 아니라 각종 주식과 외화표시 증권 등이 포함될 것”이라며 “매각 규모와 시점 등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WSJ에 따르면,GPIF는 국채 중심의 안전투자를 탈피해 고위험 고수익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국부펀드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75%에 불과한 만큼 펀드 수익률을 높이려면 근본적인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존 베일 니코자산관리 수석전략투자 담당은 “이머징 국가들의 저평가된 주식들이 GPIF에는 훌륭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며 “위험을 어느정도 감수하려는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타니 회장은 그러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되,안전성 우선이라는 투자전략의 큰 틀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투자를 집중하기 보다는 투자 대상을 다원화할 방침이라고 그는 덧붙였다.미타니 회장은 “금융위기로 두자릿수 손실을 기록한 대다수 국가들의 연금펀드와 달리 같은 기간 일본 연금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손실을 기록했던 것은 보수적이고 신중한 투자전략 덕이 컸다”며 “안전 우선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퇴직연금(Calpers)은 23%의 손실을 낸 반면,일본 연금펀드는 7.6%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