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한 번 했는데 명세표엔 두 번 청구?

가맹점 실수·단말기 오류로 발생…청구서 꼼꼼히 살펴야 피해 방지
경기도 판교 신도시에 사는 이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느 때처럼 동네 단골 제과점에서 빵을 산 뒤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휴대폰에 같은 금액이 승인됐다는 문자메시지가 1분 간격으로 두 번이나 떴다. 혹시나 싶어 빵집 주인에게 확인을 요구했다. 주인은 정상적으로 한 번 결제했다고 말했다. 꺼림칙했지만 문자메시지가 잘못 왔겠거니 싶어 그냥 넘어갔다.

한 달쯤 지나 청구서가 도착했다. 청구서를 훑어보던 이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문제의 빵집 결제가 문자메시지대로 이중 처리돼 있었고 결제 시간도 1분이 아닌 약 9시간 간격으로 벌어져 있었다.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이중 결제 사고가 간간이 발생해 고객들의 주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간혹 발생하는 문제로 카드사들은 발견하는 즉시 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고객들이 모르고 지나가면 이중 결제 금액이 고스란히 빠져 나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이중 결제 사고는 가맹점의 조작 실수나 단말기 오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사례는 단말기상의 오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청구서상 결제 시간이 당초 카드 승인 시점과 다른 것은 법적으로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전표를 매입한 시점이 유효한 거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이중 결제 사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개별 사례조사 등을 통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청구서 기준을 카드 승인 시점으로 바꾸고 현재 옵션으로 돼 있는 문자메시지(SMS) 통보 서비스도 의무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 스스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청구서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