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20주년 맞은 독일] 舊동독지역 극우·극좌파 득세…상대적 박탈감에 新나치주의 되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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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지난 18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광장에선 수백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이 시위엔 볼프강 티르제 독일 사회민주당 부총재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동참했다. 이들은 '나치에 반대한다'고 쓰인 팻말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내년에 치러질 연방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당의 원내 진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외국인 이민자들에 불만 표출…극우파 범죄 발생률 서독의 3배
최근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국민당을 비롯한 극우파 및 극좌파가 점차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서독과 경제 격차에 따른 동독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이들이 세력을 넓힌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독일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극우파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 발생률은 서독 지역에 비해 세 배나 높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 주민 4명 중 3명은 독일에 외국인 이민자들이 너무 많다며 그 수를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실업률이 20%까지 치솟고 2류 국민으로 치부되는 현실 속에서 일부 동독인들이 상대적 약자인 외국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과거 반(反)유대주의를 실행했던 히틀러와 나치에 대한 맹목적 추종에 나서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동독 지역 주의회에선 극우정당이 의석을 차지하며 세를 넓혀가고 있다. 2004년 신나치주의를 표방한 국민당이 작센 주의회에 처음 진출한 이후 극우정당의 진출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9월 열린 지방의회 선거에서 국민당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의석 확보에 필요한 5%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또 다른 극우정당인 독일국민연합 역시 브란덴부르크 주의회에 진출해 있다.
동독 지역에선 극우파뿐 아니라 극좌파도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연방의회 선거에서 좌익당(Die Linke)은 11.9%의 득표율을 올려 총 622개 연방의석 가운데 76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독교민주당 사민당 자유민주당에 이은 원내 제4당이다. 좌익당의 뿌리는 과거 동독을 일당독재하던 공산당에 있다. 공산당은 통일 이후 당명을 민주사회당으로 바꿨지만 해외로 망명했던 옛 동독 정권의 인사를 고스란히 흡수했다. 2007년엔 급진 노동계와 연대해 좌익당을 출범시켰다. 좌익당은 줄곧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비롯한 극좌 정책을 강령으로 내걸고 있다. 좌익당의 핵심 세력 기반은 동독 지역으로,대부분의 옛 동독 지역 주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정계에서는 좌익당의 세력 확대가 과거 동독 정권의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