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상복합에서 아파트가 사라진다
입력
수정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 어렵다"도심지역에 추진되던 주상복합건물에서 주거시설을 제외하고 업무시설이나 호텔 등을 늘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비싼 땅값과 주상복합 건축에 필요한 건축비를 감안하면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 분양 시장 침체에 비춰 도심지역 재정비사업 때 아파트를 제외하는 현상이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용산 동자동·을지로 등 4곳 아파트 대신 오피스만 짓기로
◆주상복합 잇따라 포기24일 서울시 용산구에 따르면 '동자동 8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변경인가를 위한 공람'이 지난 20일 끝났다. 이에 따라 동자동 37의 85 일대 8003㎡에는 연면적 9만2728㎡,지하 7층~지상 27층 빌딩 1개동이 건립된다.
당초 업무 · 판매 시설 및 공동주택이었던 건물용도는 이번 공람에서 업무 · 근생 · 전시시설로 변경됐다. 계획됐던 90채가량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빠진 것이다. 시공사인 쌍용건설 측은 "조합 등이 분양이 어려울 것이라며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했다"며 "2015년 서울역 북쪽 근처에 국제회의시설이 들어서면 오피스빌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8구역 근처 동자동 15의 1 일대 동자동 2구역도 아파트 건립이 취소됐다. 동부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구역은 이달 초 '동자동 2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 정비계획변경을 위한 공람'을 마쳤다. 당초 호텔 50.65%,아파트 49.35% 비율로 예정됐었지만 아파트를 아예 짓지 않기로 했다. 대신 호텔 비중을 높이고 문화 · 운동 · 판매시설 등을 넣을 계획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의 호텔 장려정책,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감안해 호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역 인근 용산국제빌딩5구역 추진위원회도 계획 변경을 추진 중이다.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빌딩을 짓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50채를 짓지 않게 된다. 조합원들은 아파트 입주 대신 오피스빌딩 1개동을 팔아 수익을 얻는다. 용산구 관계자는 "인근 조합들이 아파트 분양에 어려움을 겪자 추진위가 정비계획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을지로2가 145 일대 저동구역 1지구도 업무시설 1개동과 공동주택 2개동을 짓기로 했으나 분양시장 침체를 이유로 업무시설 2개동을 건설키로 계획안을 바꿨다. ◆도심 주거시설 공급 감소할 듯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 기피에 대해 "오피스빌딩,호텔 등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 가격이 비싸면 조합원들은 주상복합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양가를 높게 매겨 분담금을 줄일 수 있고,배정받은 아파트도 비싸게 팔 수 있어서다. 반면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 분양수익 감소,조합원 권리가 하락 등으로 추가분담금이 늘어 주상복합을 꺼린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도심 지역의 주거시설 보급을 위해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주택을 포함하면 용적률 50%포인트를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하지만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업무용 빌딩을 짓는 사업장이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 계획이 잇따라 취소됨에 따라 도심 주거시설 공급도 그만큼 줄어들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