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명품차 이야기] 참전용사의 후예 '지프 랭글러'…길을 거부하는 정통 오프로더
입력
수정
강력한 힘을 내며 험한 산길을 달리는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프(Jeep)'다. 지프는 국내에서도 친숙한 차량이다. 지프 짚차 짚 등으로 불리며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을 정도다.
Jeep의 기원은 전쟁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주력 전투 차량은 4륜구동차 'G-5'였다. 독일군은 탁월한 기동성을 갖춘 'G-5'를 십분 활용해 연합군을 농락했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의 효시이기도 하다. 미 국방성은 G-5에 대응하기 위해 3명 이상의 군인이 탈 수 있고 소형에 경량이면서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4륜 구동차를 개발해 줄 것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에 요청했다. 입찰을 통과한 것은 현재 지프의 전신인 '월리스 오버랜드'사였다. 이 회사는 최초의 양산 지프 모델인 'MB'를 선보였다.
지프는 2차 대전 중 산악전과 기습전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화려한 데뷔를 한다. 지프의 용도는 전투만이 아니었다. 최전선에서 지프의 보닛은 임시 테이블이나 식탁,연설대 등으로 활용됐다. 각종 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수송차나 부상자 운송을 위한 앰뷸런스로 개조되는 일이 잦았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간 참전 군인들은 지프를 승용차 겸 화물차로 적극 활용했다. 지프의 성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프 제작사도 전쟁 후 군용 지프를 민간에 맞도록 개량해 내놨다. 차량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갔다. 지프가 한국에서 유명해진 것도 전쟁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은 다목적차로 2세대 지프를 활용했다. 이 차량은 2차대전 때 사용됐던 1세대 지프처럼 전장에서는 전투용으로,후방에는 수송용으로 널리 쓰였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프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전후 피폐해진 국토를 재건하기 위한 건설현장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지프 차량이었다.
지프의 전통을 가장 충실 계승한 현재의 모델은 '지프 랭글러'다. 이 차량은 미국의 한 매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갖고 싶은 차'로 꼽혔다. 지프 차량이 갖고 있는 오랜 전통이 랭글러의 점수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랭글러의 특징은 오프로드 주행이 중심인 차량이라는 데 있다. '순수 오프로더'로서의 강한 개성을 내뿜고 있다. 다른 SUV들이 편의성,안락성 등을 강조하며 도로 안으로 들어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