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영화 흥행 호조…시장 3배 이상 커졌다

올 15개 작품서 2263만명 동원
'아바타' 이후 인기몰이 지속
관람료 비싸 극장 수익성 호전
스크린 수도 400개로 늘려

올 추석 극장가에 선보인 할리우드 3D(입체) 영화 '레지던트이블4'의 관객이 이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00만명을 넘어섰다. 좀비(움직이는 시체)들을 다룬 액션물로 그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이번에 첫 3D 버전을 내놓아 성공한 것이다.

가족용 애니메이션 '슈퍼배드'도 26일까지 72만명을 동원했다. 이보다 앞선 여름 성수기에는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56만명)와 '슈렉 포에버'(222만명) '토이스토리3'(146만명) 등이 흥행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토이스토리3'는 전세계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1위,영화 전체 6위에 랭크됐다. '아바타'로 촉발된 3D 영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세 배 이상 커졌다. 3D 스크린 수도 비슷한 규모로 급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와 올해(1~8월 말) 영화 시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상영된 3D 영화는 '아바타'(815만명) '타이탄'(264만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14만명) 등 15개 작품으로 2263만명(3D 영화의 2D 버전 관객 포함)을 동원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아바타'(511만명) '마다가스카2'(123만명) 등 13개 작품 관객(1006만명)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연말까지 3D 영화 관객 수가 30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어서 연간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최소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총 관객 수(1억5600만명)에서 3D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6%)의 세 배 이상인 20%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3D 영화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화면이 실감나기 때문.일반 영화에 비해 자본을 많이 투입해 공간 감각을 살린 데다 색채도 화려하다. 이상규 CGV 부장은 "3D 영상이 일반 영화보다 더 실감나고 볼거리가 많다는 게 관객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봉된 3D 영화 중 애니메이션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8편에 달한 것도 볼거리를 중시하는 어린이들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에 비해 3D로 제작하기 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크린 수도 급속히 늘었다. 극장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0개였던 3D 스크린은 지난달 전체의 20% 정도인 400개로 늘었다. CGV는 지난해 말 80개에서 올해 210개로 늘렸다. 전체 600개 스크린의 35% 수준이다. 롯데시네마도 42개에서 145개로 늘렸다.

극장 측이 별도의 투자가 필요한 3D 스크린을 이처럼 급속히 확장한 것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CGV가 상반기 자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일반영화 1인당 평균 관람료는 7132원인 데 비해 3D 영화는 1만389원으로 45%나 높았다. 상영 부문 실적도 마찬가지다. 관객 수는 전년보다 5% 증가했지만 매출은 34%나 증가했다. 매출 증가 요인 중 3D 입장 수입이 12% 정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3D 영화와 상영관 급증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과실을 다 챙겨가고 한국 영화는 3~4편이 기획 혹은 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제작비가 20~30% 많이 들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일부 할리우드 영화의 품질도 문제다. '피라냐'는 선정성과 자극성을 강화하기 위해 3D를 도입했지만 단순한 호기심만 부추길 뿐 스토리가 조악하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타이탄'은 3D의 입체감이 거의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강혁출 무비&아이 대표는 "엉성한 3D 영화들이 범람해 나쁜 이미지가 굳어지면 모처럼 조성된 3D 붐이 식어버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