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中 방문…러시아, 차이나 파워에 힘 보태나

러·中은 '러브 무드'
대규모 경제대표단 대동, 에너지·원자재 경협 확대
이란 핵·6자회담·환율 논의…군사 분야도 협력 강화할 듯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중국이 미국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 · 러 간 협력 강화가 국제적 역학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러시아는 이번 방문의 주목적이 에너지,원자재 분야와 관련된 경제적 교류 확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란 핵 문제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그리고 환율 문제 등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할지 관심이다.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가 주목적

신화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대규모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랴오닝성 다롄에 도착, 3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27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비롯해 원자바오 총리,우방궈 전국인민대표회의 의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여기에서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일단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에너지 분야 교류 확대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중국에 석유와 가스 공급을 늘리는 다양한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동시베리아태평양(ESPO) 송유관을 중국과 연결해 원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양국은 원유 공급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올해 러시아는 ESPO 송유관을 통해 중국에 약 1500만t의 원유를 공급한 뒤 내년부터는 새로운 협정에 따라 공급량과 가격을 조정할 방침이다. 가즈프롬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세르게이 프릭호드코 대통령 해외정책보좌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라며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수출품을 원자재 이외에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중 기간 중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회사인 루코일은 중국석유공사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된 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또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톈진에서 중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50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키로 한 정유공장의 기공식도 가질 예정이다. ◆군사 · 경제적 협력 강화 주목

최근 중국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간 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전날까지 카자흐스탄에서 대테러 합동 기동훈련을 가졌다. 이번 훈련에서 참가국들은 처음으로 실탄을 사용하는 등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러시아 방중 대표단에 무기딜러인 아나톨리 이사이킨 로소보론엑스포트 대표가 포함돼 있다"며 "방중 기간 중국의 무기 구매가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이 라이선스 생산을 포함해 군수 분야에서 고도의 협력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때 러시아 무기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은 2005년 이후 러시아로부터 제트기 군함 등 대형 무기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또 중국과 무역결제시 루블화를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러시아 관계자는 "러시아는 위안화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듯이 루블화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며 "양국은 은행과 외환 분야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과 관련,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을 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