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原電 유럽도 뚫는다

핀란드, 후보모델 선정…말레이시아, 도입 유력
중동에선 UAE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러브콜'

핀란드가 네 번째 원자력 발전설비에 들어갈 후보 모델 중 하나로 한국형 원자로를 선정，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유럽 원전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핀란드 정부의 원전 건설사업을 맡고 있는 전력회사 TVO의 올리베카 루흐타 OL4(올키루오토 4호기 · 원전 프로젝트명) 책임자는 "4기 원전에 들어갈 원자로 후보 모델로 한국형을 포함해 5개를 선정했다"며 "연내 5개 모델을 2개로 압축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TVO는 적기 시공 능력을 평가받고 있는 한국형 원자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달 말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을 극비리에 초청,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원자력 발전소 수주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에너지 · 녹색기술 · 수자원부 차관보를 대표로 하는 최대 규모의 원전 사절단을 파견，고리와 월성 등 한국형 원전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원전 도입 타당성 조사와 부지 선정 작업을 한국전력에 맡기기로 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정부와 원전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세계가 한국을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과 함께 원전 수출 '메이저리거'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란드 아르헨티나 태국 필리핀 등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한 국가마다 한국형을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인도원자력공사의 수드힌더 타쿠르 부사장은 "첫 4기까지는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 맡겼지만 다음부터는 한국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각국에서 새로 지어질 원전은 총 250여기에 달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발주 국가들이 경쟁형 입찰 체제를 도입하고 있어 한국으로선 호재"라고 설명했다.

기회가 많아진 만큼 위협 요인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UAE 원전 프로젝트를 한국에 빼앗긴 이후 절치부심하고 있는 일본의 역공이 매섭다. 일본 최대 원전 건설업체 도시바는 지난 6월 미국 굴지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쇼(Shaw)그룹과 합작,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뛰어들기로 했다. 한국처럼 민 · 관 합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올 재팬(All Japan)' 전략을 세워 놓았다.

중국과 인도도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류웨이레이 중국 상하이시 핵전판공실 부주임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기자재 관련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S K 말호트라 인도원자력위원회(DAE) 대변인은 "2050년을 목표로 독자적인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며 "당장의 전력 수요 때문에 해외 기업의 인도 진출을 허용하고 있지만 향후엔 수출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헬싱키=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